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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 개정판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2006년 9월
평점 :
영조의 맏아들은 거대한 권력 노론에 의해 제거되고 훗날 비운의 사도세자로 역사에 기록된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영조는 금등지사를 남기는데 채제공의 상소에 의해 금등지사의 존재가 드러나고 이때부터 금등지사를 둘러싸고 영조의 손자이자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와 남인세력 그리고 노론 세력과의 치열한 사투가 시작되지만 결국 정조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고(그 유명한 정조의 독살설은 허구적 상상력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인몽은 평생을 도망다니다가 생을 마감한다. 노론의 승리 즉 신권의 승리다. 정조를 중심으로 한 남인 세력은 강력한 왕권에 의한 왕도 정치를 주창했고 당시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던 노론은 붕당을 통한 신권 중심 정치를 내세운다. 왕권과 신권의 대립은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지만 이인화는 정조에 대한 연민 내지는 정조에 대한 그리움을 바탕으로 영원한 제국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오랜 시간 스테디셀러가 되어온 만큼 좋은 구성과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적절히 조화된 잘 쓰여진 역사소설이다. 단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면 정조의 모습 속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독재자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건 왜일까...
영원한 제국 이후 발표한 이인화의 ‘인간의 길’에서의 박정희...이인화의 손끝에서 그려지는 박정희의 모습(그 엄청난 찬양과 미화...)을 보면서 사실 조금은 영원한 제국이라는 책을 쓴 의도가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다.
물론 이인화는 정조의 홍재유신과 박정희의 10월 유신은 엄연히 다르며 정조의 홍재유신이 권주라면 박정희의 10월 유신은 벌주라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조와 박정희를 나란히 비교하려는 모습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보이는 건 어찌된 것인지...글쎄...소설을 소설로만 본다면야 많은 역사소설 중 영원한 제국은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바로 이 점이 영원한 제국을 다시 한 번 읽고 책을 덮는 나에게 알 수 없는 불안을 남겨준다.
정조...조선의 마지막 왕권주의자. 정조 이후의 왕들은 왕이라 할 수 없는 무능하고 나약한 왕들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일합방의 치욕을 겪게 된다. 저자 이인화는 정조의 왕권정치가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결국 조선이 멸망하게 되었다는 조금은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지만 그의 결론에 어느 정도 동의 하는 나의 모습은 이인화가 파 놓은 독재정권의 환상이라는 함정에 빠진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