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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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와 1930년대 일제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근대 조선에서 일어났던 기이하고 잔인하고 안타깝고 치졸했던 실제한 여러 사건을 살인과 스캔들로 크게 나누어서 기사 형식과 소설 형식으로 흥미롭게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분명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다룬 책인데 왜 읽는 내내 마치 현실과 수차례 오버랩 되는 현상을 느끼게 되는 걸까. 

단두유아 사건으로 명확한 증거도 확증도 없이 힘 없는 서민들을 무고하게 잡아 가두고 고문했던 일본 순사들의 모습에서 60,70,80년대 한국 공권력의 모습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일본 순사가 살해당하자 무고하게 잡혀 고초를 겪은 불쌍한 조선 청년들. 일본인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조선인 하녀는 결국 가해자가 누구인지 너무나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구 미제 사건으로 종결. 이 부분을 읽을 때 주한미군과 그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했던 불쌍한 한국인 여성과 여중생들이 뿌연 먼지처럼 떠올랐다. 가해자인 미군은 이렇다 할 대한민국의 법의 심판도 없이 미국땅으로 건너가 있는 현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달콤한 말로 속여 재산을 빼앗고 여성을 강간하고 교인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백백교와 같은 사악한 종교집단은 지금도 이 땅에서 많은 사람들을 현혹하고 파멸의 늪으로 인도하고 있는 현실...  

민족의 지도자로서 교육자로서 어두운 시절 빛이 되고 희망이 되어주지는 못하고 여성 제자들을 한낱 유희로, 놀이감으로 여긴 박희도 교장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여성을 혹은 여학생들을 희롱하고 성추행을 일삼아 신문에, TV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많은 정치 지도자들과 교육자들이 생각난다고 하는 건 어폐가 아닐 것이다. 

엄청난 빚을 지고도 호화롭고 방탕하게 생활한 윤택영 후작이 "내 재산은 3백원뿐이다."라고 일침(?)을 가했을 때 대머리 전씨가 "본인의 전 재산은 29만원이다."라고 말해 온 국민이 그를 몹시 가.엽.게. 여겼던 사건이 또 다시 오버랩된다. 

이 책의 저자가 과연 이를 염두에 두고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조선땅에서 일어난 백여년 전의 역사가 역사가 아닌 21세기 대한민국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인상깊은구절]
''하찮은'' 조선 하녀 때문에 ''고귀한'' 일본 부인이 처벌받는 것이 불쾌했던 것일까...조선 여성 마리아 변홍례는 일본인의 집에서 억울하게 죽었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요즘 같으면 광화문 네거리를 촛불로 뒤덮을 만한 사건이었으나 정작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다...식민지의 백성이 감내해야 했던 또 하나의 아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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