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시간의 만에서 - 시대를 부유하는 현대인을 위한 사람 공부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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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인 장석주의 <호젓한 시간의 만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현대의 인간들을 정의하고 있다. ‘호젓한 시간의 만으로 떠밀려 와 서성거릴 때 슬며시 붙잡는 것이 ‘사람공부’다.’ 라는 책 속의 문장처럼, 작가는 마치 저 멀리 조용하고 한적한 어딘가에서 끊임 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 적응하며 새로운 인간형으로 정의되어 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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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우리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심심함에 대하여’이다. 작가는 ‘무위’에 대하여 “하지 않음의 능동화라고 말하며 무위에 처할수록 여유로워지고 비울 수록 채울 만해진다.”(33p)고 말한다.
바쁜 일상에 좀처럼 심심할 틈을 만들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무위가 아닌가 싶다. 심심함을 즐기고 나아가 사색하는 여유를 가지며 느린 삶을 살아간다면 조금씩 나를 되돌아보며 행복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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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의 기원은 ‘무’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이 우주 속에서 인간 또한 결국 그 삶의 끝에는 무만 남을 뿐이다. 광활한 우주의 경이로움 앞에서 무를 향해 달려가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사랑을 하라고 말한다.
“사랑하고 싶은 이들을 힘껏 사랑하며 살자. 그게 우주적 인간이 마땅히 제 도리를 다하며 사는 방식이다.”(2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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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일상예찬론자라고 말하는 작가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우연과 의미를 엿보기를 사랑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일상이 진부하고 보잘 것 없는 것 투성이이기만 하다. 이처럼 덧없는 일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일상의 리듬에 삼켜지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의 리듬에 튕겨져 나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305p)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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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외에도 방, 도구, 책, 종이, 부자, 도박, 여행 등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한 존재로 여겨 온 많은 것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이 책에 드러내고 있다. 일상 속에 당연히 존재해온 것들에 대해 그 의미를 찾고 사색과 심연을 즐기기 시작할 나이라고 하기엔 아직 젊지만 언젠가 그러한 때가 찾아오면 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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