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을 뽑으면 결혼하겠다고 말하세요
임수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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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질만한 문장이 많았다.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변화에 대해서 친절하게 알려주진 않지만,
그 불퉁거림을 문장으로 견딜 수 있었다.


"거꾸로 매달려 바라본 풍경은 거짓말이 덜컥 사실이 될 때처럼 기우뚱했다."

"살집 좋은 큰고모는 명태처럼 마른 여자를 젖은 시장 바닥에 쓰러뜨리고 머리끄덩이를 야무지게 뜯어놓는다. 싸움이 끝나면 큰고모는 손바닥을 탁탁 털고, 깔고 앉은 돈 통에서 소주병을 꺼내 들이켠 뒤 홍합 빈 껍데기에 사마귀처럼 돋은 관자를 뜯어 먹었다."

""노인이 가르쳐준 지명은 세상이 시작했을 때의 말처럼 담박했다. 맑은 노인이 자신을 놀리거나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맑은 그저 소곳한 모습으로 늪에 관한 노인의 설명이 이곳에 와 처음 받은 일감인 것처럼 먼지 안개에 갇혀 보이지 않는 지명들을 가만히 되뇌었다."

"나는 시멘트 바닥에 놓인 뱀의 허물을 우두커니 쳐다봤다. 그것은 나무껍질을 벗겨놓은 것 같았고, 어쩐지 내가 이때까지 했던 거짓말의 켜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묘사가 좋다. 끈덕지다고 해야하나.
이 사람의 장편이 기대된다. 이야기의 끈질김 또한 보고 싶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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