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유니버스, 코스모스, 스페이스는 모두 우리말로 ‘우주‘ 라고 번역된다. 무엇이 서로 다른가?
우리가 은하니 성단이니 얘기할 때 사용하는 ‘우주‘는 유니버스다.별과 먼지와 행성과 우리 생명체를 포함한 모든 것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과 상황과 환경이다. 영화, 소설등 예술작품 속에서 설정된 배경을 시네마틱 유니버스‘ 라고 부르듯이, 유니버스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 그 자체로서의 우주다. ...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우주다. 우주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에는 질서와 조화가 있다. ...칼 세이건의 대표작인 그 책 이름이《코스모스》인 것도 우주의 질서와 조화, 우주라는 대자연의 작동 원리를 논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 컴퓨터 자판에도 있는 ‘스페이스‘는, 자판에서와 다름없이 ‘공간‘으로서의 우주다. 특히, 인류가 인공위성이나 우주선과 같은 인공물체룰 보내 탐사하는 공간을 칭한다. - P40
Q2. 한때 ‘00을 ‘안드로메다‘로 보낸다‘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안드로메다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많은 것을 거기로 보내는가?
... 안드로메다가 완전히 이상하고 정반대라서 보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비슷하니까 그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은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형제와 같은 존재다. 게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차 가까워지는 중이다.
지금의 속도라면 우리은하는 수십억 년 후 안드로메다와 충돌 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은하의 충돌은 돌끼리 부딪히는 것과는 매우 달라서, 태양 근처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 우리 태양계를 다 집어삼키거나 하지 않는 한, 우리는 밤하늘에 별이 유난히 많아지는 것 말고는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 P42
Q4. 다음 중 본인의 생일에 호주에 놀러 가서 볼 수 있는별자리를 모두 고르면? a. 북두칠성 b. 남십자성 c. 내 생일 별자리
... 답은 b. 남십자성이다. 호주 밤하늘의 남십자성은 우리 밤하늘의 북두칠성에 견줄 만하다.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보이는 별을 주극성이라고 부르는데, 호주에서는 남십자성이 주극성이라서 생일이든 아니든 매일 밤 볼 수 있다. 남반구에서는 북두칠성을 볼 수 없다. 호주에 여행 갔더니 과연 공해가 없어서 북두칠성이 너무 선명하게 보이더라는 호들갑응 떨지 말자. - P43
Q6. 블랙홀은 관측할 수 있는가? 방법은?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빛조차도. 그러니 빛을 비추어도 보이지 않을 수밖에. 고대인들도 별을 봤고, 쥐라기의 공룡도 달을 보았을 것이다.
내가 들었던 ‘기본천문학‘ 강의는 "천문학이란 미래에도 변함없이 살아남을, 시간에 무관한 기본 지식" 이라는 멋진 말씀으로 시작되었다. ... 지당한 말씀이다. 천문학은 그렇다. 동시에, 천문학은 그렇지 않다.
2019년, 인류는 최초로 블랙홀의 사진을 얻는 데 성공했다. 블랙홀 자체는 볼 수 없지만, 빨려들어가면서 휘어지는 빛, 그리고 빨려들어가는 물질 일부가 방출하는 에너지로 블랙홀의 윤곽을 관측한 것이다. - P45
아, 성실한 공무원들이여. 우리 세대도 선조들 못지않게 훌륭하다.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데이터베이스에는《조선왕조실록》을위시하여 수많은 사료가 인터넷으로 무상 제공되고 있다. 본래의 기록은 한자로 된 것이지만 아주 많은 부분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주제별로 열람할 수도있고 검색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숙제로 내기 딱좋다. - P50
『조선왕조실록』을 오로라, 혜성, 초신성, 빙하기 같은, 일견 생뚱맞아 보이는 단어와 함께 논할 수 있음을 아는것은, 우리만의 달콤한 비밀암호 같았다. ... 나의 ‘우주의 이해‘ 친구들이 지금은 내 얼굴도 이름도 잊었겠지만, 그중 누군가는 역사서를 읽거나 사극을 볼 때 문득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주기를 바란다. 그중 누군가는 북두칭성이 나오는 <선덕여왕>이나 일식을 소재로 한 <해를품은 달> 같은 작품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그중 누군가는, 멋진 작품을 만들면 꼭 알려달라는 나의 부탁을 잊지 않고 자랑하는 이메일을 보내주기를, 나는 가끔 욕심내어본다. - P52
같은 해 태어난 국민 중 팔 할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 학생들은 대학에 학문을 배우러 오지 않는다. 초등학교 다음 중학교에 갔고, 중학교 다음 고등학교에 간 것과 같이 고등학교를 마쳤으니 대학에 진학할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학비보다 열 배는 비싼 등록금이요, 모두가 입어야 하는 교복 대신 모두가 가져야 하는 스펙을 등에 업어야 하는 것이다. .. 그 비용과 시간과 어처구니없는 문화와 그 젊음은 대체 무엇을 위한 제물인가. - P55
‘대졸자‘라는 꼬리표 하나를 위해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모되는데, 기업은, 화려한 스펙의 지원자가 몰리는 회사일수록, 큰 비용을 들여 대졸 신입사원을 재교육한다.
대학이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나 취업 준비소가 아닐 수 있었 으면 좋겠다.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걸 조금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앎의괴로움을 젊음의 한 조각과 기꺼이 맞바꿀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며 시간과 비용을 치러야한다.
그러려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모두가 대학에 다니는 바람에 ‘반값 등록금‘이니 ‘국가장학금이니가 국가적 관심사인 사회에서는 택도 없는 일이다. - P56
가장 먼저 알려줘야 할 것은 ‘대학이란 무엇인가‘였다. 대학은 서양식 학교다. 오늘날 우리가 논하는 학문과 그 체계는 서양식 기틀을 바탕으로 발원했고 견고해졌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도 서양에서 다듬어진 것이다. 적어도 오늘날 우리가 대학에서 다루는 바는 그렇다.
동양식의 관찰과 사유, 겸양과 조화의 가치가 열등하거나 무가치해서가 아니라, 서양식 학문이 지배하는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 P57
시대에 따라 고평가되는 분야가 바뀌었지만, 그중 무엇이 가장 우월한가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도 이와비슷하다. 서양식 과학을 무조건 맹종할 필요는 없지만, 어떻게 전 세계를 좌우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갖게 되었는지 관찰하고 탐구해볼 필요는 있다.
관찰하고 탐구하는 그 자체가 학문적 태도다.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을 배우고 발견하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한다.
밤하늘의 모든 별이한 방향으로 흐를 때 홀로 역행하는 행성을 발견하고 두려워하거나 신기해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사람이 수 세기에 걸쳐 지식을 쌓아올리는 것, 끊임없이 검증하고 반박하고 새로운 근거를 더하는 것, 나의 생각을 제삼자의 눈으로 조망하는 것, 그것을 대학에서 배워야 한다.
- P58
다음으로 언급해야 할 것은 글쓰기의 형식이었다. 학문은 정제된 기록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발견한 것이나 실험한 내용, 조사 결과와 그에 관한 생각 등을 잘 정리해서 이름, 날짜와 함께 기록해두면, 훗날 누구라도 그것을 참조해 재현해보고 거기에 새로운 부분을 더해 다시 자신만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다른 학자들이 따라 해보았을 때 같은 결과가 재현되도록 레고 조립 매뉴얼처럼 정확하고 자세해야 한다.
학자들은 교류를 통해 지식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기록을 발표한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학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는 학자들과도 교류하기 위해서 편지 형식을 취했던 것이 오늘날 논문의 전신이다.
학문할 때의 글은 형식도 갖추어야 한다. 다양한 공간과 시간을 넘어 그야말로 ‘누구나‘ 읽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쓴이가 이미 갖추고 있는 명성이나 영향력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읽히고 판단 받을 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뛰어날지라도 형식만은 판에 박혀 있어야한다. - P59
이 젊은 청춘에게, 그따위 싸구려 축복조차 해주는 선생 한 자가 이때껏 없었다는 게 화가 났다.
넌 잘하고 있다고, 너만의 특질과 큰 가능성이 있다고, 네가 발을 떼기만 하면 앞뒤가 아니라 사방, 아니 만방으로 길은 열릴 것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가. 스무 살, 스물한 살은, 그런 이야기를 차고 넘치게 들어도 되는 나이다.
그런 청춘들이 ‘대졸자‘ 꼬리표 하나 달기 위해서 돈과 젊음을 들여 스스로 대학 안에 갇히는 기간, 사회의 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기꺼이 가지치고 분재로 다듬어가는 기간, ‘멀쩡한 대학 나와서 왜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도 못하느냐‘는 어른들의 질문을 향해 전진하는 그 기간이 나는 너무나 아깝다.
왜 그런지는 질문한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으면서.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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