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품을 사용하며 연동성과 편의성, 그리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 같은 것을 배웠다. 그때 아이폰을 써보지 않았다면 나는 이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영영 모른 채 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비웃었을 것 같다. 
이 생태계에 몸을 담가보니 알겠다. 어디에든 세계관이 있고 그것은 전적으로 각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살 만하게 다듬는 것이 세계관의 사명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머물고 싶은 사람이 되게끔 나를 가꾸는 것, 좋은 것을 제공하는 것.
- P94

필요 없는 것들만 덜어내도 삶의 많은 것들이 괜찮아진다. 
‘필요 없음‘의 기준은 그걸 빼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삼으면 쉽다. 이를테면 우리 삶에서 가까운 소비를 예로 들어보자. 물건을 구매할 때 이것 없는 삶이 내게 치명적일지 자문 해 보는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도 적용할 수 있다. 이 모든 사물이 한 프레임에 전부 나와야 하는 걸까? 더 드러내고 싶은 것과 덜어내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걸 순간순간 느껴야 한다. - P95

이런 질문도 도움이 된다. 뭔가를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왜?‘ 라고 묻는 것이다.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누리는 와중에 그 중요성을 잊는다.
이를테면 잃어버린 일상이 있다. 2020년 코로나사태 이후 평범하게 해온 많은 일들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제야 우리는 빈자리를 느낀다. - P96

한 번 비싼 셔츠의 가치를 알게 되면,
계속 그런 셔츠를 구매하지는 못하더라도 다음에 셔츠를 살 때 참고할 ‘좋은 셔츠‘의 기준이 생긴다.

절약하는 습관은 좋다. 하지만 매사 가성비만 따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모두 가격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궁금해하며 알아갈 기회도 동시에 적어진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좋은것들이 무수히 많이 있다. 가격표를 보고 질색하기 전에 한번 질문하자. 이것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가치를 알아보려는 태도와 호기심이 고급 취향과 안목을 키운다. - P104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 모두에게 미움을 받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그 사람을 가장 사랑하고 있기도 하다.
냉면도 마찬가지. 나는 그 냉면이 맛있던데 대체 그 말을 누가 한 건지…… 5년간 그곳을 가지 못한 세월이 아쉽다. 그런 아쉬움을 줄이기 위해 리뷰를 무조건적으로 맹신하지는 않기로 했다. - P105

리뷰를 들여다봐도 잘 모르겠다 싶으면 ‘모르겠으니까 해봐야겠다‘ 한다. 
부딪친다고 생각보다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 
모르겠으니까 해보자. 겪어보고 판단하자. 자신의 시각을 기르자. 안목이 있는 사람은 마음속에 품질 관리 요원이 있다. 그 기준이 정밀하고 체계적일수록 삶에 실수가 줄어든다.
안목을 갖고 선택할 것이 너무 많다. 왜냐면 삶은 대부분 선택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인생은 모든 선택의 총합이다. 현명하게 살고 싶다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P105

옷과 말투, 가지고 있는 소품, 방의 인테리어, 듣는 음악, 자주 가는 장소. 이런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타인에게도 소중한 것을 베풀 수있다. 
그것은 사랑이든 그림이든 마찬가지다. 나는 남들에게 본인이 본 좋은 것들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 P106

영감이 저절로 벌처럼 찾아오는 꽃 같은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다르지 않다. 며칠째 물조차 먹지 못한 짐승처럼 등에 붙은 뱃가죽을 감싸안고, 오늘도 키 작은 풀 뒤에 숨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영감을 다정한 방법으로 찾는 방법 따위를 나는 모른다.
오히려 나의 포착법은 사냥에 가까울 것이다. - P109

-영감은 사냥감이다-
가만히 내 입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쫓아가서 포착해야 한다. 우선 녀석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그리고 잠시 멈춰서 발자국의 모양을 살핀다.
...
발자국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녀석이 숨어 있는 굴이 보인다. 도망칠 수있으니 조심, 또 조심할 것. 때로는 냄새를 지우고 가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너무 많은 나를 가져가면 영감이 도망친다. 때를 보다가, 녀석이 나올 때를 포착한다. 그게 오늘 나의 저녁이다.
- P111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것들을 많이 좋다 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게되고, 나를 둘러싼 세상도 아주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 간지러워진다. 뭐든 표현하고 싶어진다. 그런 기록을 아주 많이 남기는 것이다.
- P115

언제든 사냥이 가능한 상태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자주 사냥을 해봐야.
한다. 경험이 쌓여 나의 냄새를 지울 수 있게 되고,
숨소리를 감추게 되고, 끈기 있게 기다릴 줄도 알게 되며, 달아나는 녀석을 단번에 낚아챌 수 있게 된다.
단순하다. 많이 해봐야 잘한다.
- P114

-그 외에 도움이 되는 작은 팁들-

★나이가 많다고 창의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은 훈련에 가까워서 많이 해본 사람이 더욱 잘하게 된다. 늦었어‘라는 생각은 집어치우자.

★작은 것에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크고 멋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기억력에 대한 불신이 기본값이다. 인간은 그렇게 기억력이 좋지 않다. 언제나 메모를 해둘 것.

★사냥감을 따라가다 보면 불편한 진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는 놀라지 말고 침착하자.
세상이 원래 그렇다. 아름다운 것들보다 이상한 것들이 더 많고, 그게 아주 당연하다. 
『위험한생각들』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깊이 사유하다보면 위험한 진실에 닿게 된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다.
- P115

모서리에서 나는 누구든 곁에 머물러줬으면 했다.
아주 쓸데없는 주제로 오래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사무치게 외로움을 느꼈다. 더이상 방에 가만히 기대 죽어서 발견될 날짜를 셀 수 없었다. 일어났다. 잊히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세상과 연결되려면? 끊임없이 질문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질문보다 대답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튜브를 시작했다. 아이폰을 낡은 거치대에 덜렁 걸친 채 미숙하게 크로키를 그려나갔다. 내 손은 머뭇거리다 이내 얼굴이 없는 발레리노의 몸짓을 그었다. 그것이 내 첫 번째 영상이었다.
- P119

매번 비겁하게 가장 힘든 순간에 그림을 찾곤 했고, 그림은 못 이기는 척 다시 손을 내밀어 주었다. 한때 친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있다. ‘나의 세상에서 그림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않아. 근데 그림이 나에게나 중요하지 세상은 내 그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난 어떻게 살아랴 할까?‘ 그 애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그림 때문에 너를 좋아한 게 아닌데.

그 애가 착한 것일수도, 내가 착각을 한 것일수도 있다. 무엇이 정답이든 그 대답은 나에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사실 나는 그림 때문에 아주 많은 사람을 많났기 때문이다. - P120

그림을 가르치는 이도 많이 만났다. 주로 10대 때 입시미술을 배우면서 만난 사람들이다.
다들 직업이니만큼 그림을 웬만큼 그리는 사람들이었지만 내가 정말 잘 그린다고 인정했던 사람은 겨우 두 명 남짓이다. 
한 명은 스킬이 너무 좋았고 다른 한 명은 신념이 좋았다. 그렇게 자기만의 가치관을 갖고 그리는 사람을 이후에도 많이 만나지 못했다. 그는 그림을 이미 잘그리는데도 항상 배우고 또 발전시키는 사람이었다.
이상하고 신기했다. 왜 잘 그리는데 계속 그리지?

그는 어떤 진심을 믿고 있었다. 잔디를 그릴 때 잔디처럼 보이도록 어떤 덩어리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다 가리라고 가르쳤다. 그래야 진짜 잔디처럼 보인다고. - P123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잊을 때 종종 잔디를 그리는 일에 대하여 생각한다. 세필 붓으로 푸른 물감을 개어 한 톨씩 종이에 잔디를 심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알려준 어른이 있었지, 하면서 지금도 내 말에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한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줘야 하는가. 항상 고민이많다.
- P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