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을 참 좋아한다. 그저 보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학문의 도움도 종종 빌리곤 한다.
...
사람을 그저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통계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얻어 분석하는 것이 내게는 아주 재미있는 일이다. 
일상에서도 문득 심심하면 사람들을 살피는편인데, 이처럼 항상 관찰을 하는 것은 관찰 자체에 흥미를 느껴야 가능하다.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를 살피는 일이 어렵고, 또 피로하게 느껴질 것이다.

관찰을 왜 하는가. 나는 분명한 이점 때문에 한다. 사람의 겉모습을 면밀히 살피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마음 까지도 말이다.
마음을 알게 된 후에는 그를 위해 배려할 수도 있고,
적절히 거절할 수도 있다. 타인의 마음을 몰라서 답답한 일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 P81

그림은 정말 본 만큼만 그릴 수 있다. 그 이상 얻어 걸려서 우연히 잘 그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말 정직하게 보고 느낀 만큼만 종이에 표현이 된다. 그래서 나는 그림이나 글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놀란다.
저 사람은 세상을 이 정도의 디테일로 살펴볼 수있는 사람이구나 싶기 때문이다.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 그만의 창작을 한다.
- P82

그럼 무엇을 관찰해야 할까?
당신이 가장 관심 있는 대상을 관찰하길 바란다.
그래야 흥미 있게 지속할 수 있다. 관찰도 결국 훈련이고 습관이기 때문에 반복해야 잘할 수 있다.

나의 경우 가장 흥미로운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스스로를 엄청나게 관찰하는 편이다.
...
그리고 나를 면밀히 관찰한바, 
나와 타인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는 사람의 마음이 엄청나게 어렵지않다. 그도 큰 틀에서는 나처럼 생각할 것이다.
결국 스스로를 아는 일은 인간을 아는 일에가깝다. 타인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우선 자신을 먼저 살필 것을 권하고 싶다.
- P83

그렇다면 내가 나를 관찰하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일기를 쓰는 일이다. 
나는 정말 많은 메모를 한다. - P84

이렇게 몇 년 동안 일기를 뒤적여 보니까 여러 철칙이 생겼는데 일단 일기를 잘 쓰려면 말이지.
정말 쓸데없는 것들을 적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가장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 거창하고 멋진 것을 기록하려고 하면 일기 쓰기를 주저하게 된다. 
난 정말 방금 만난 사람에 대한 혼자만의 평가, 그리고 내가 오늘 하루 했던 바보짓, 올해에는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갑자기 떠오른 유튜브 주제 등 정말 뭐든 적어둔다. - P86

그리고 나에게는 꼭 솔직해져야 한다. 이게 참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타인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 내가 느끼는 온갖 지질한 감정들을 인정해야 글로 적을 수있다. 
눈으로 보기에 역겨운 진실들이 항상 도처에 있었지만 나는 비위를 견디면서 적어냈다. 

이를테면 그는 나에게 관심이 없지만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과 누군가는 나에게 잘해주지만 나는 그 사람의 친절이 싫다는 것, 그리고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았던 여러 순간들을 썼다. 내가 그간 저질러온 짓임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또 불편한 일이다.
마음을 들여다보면 아주 끔찍한 것들이 잔뜩 있어서, 인정하긴 싫지만 스스로가 그렇게 멋진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 P87

각자의 누추함은 스스로만 아는 것이겠지요.

너무 많이 봐서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더 꼭꼭 숨겨서 나만 알고 있다. 그래서 우울을 자주 앓는다.
스스로 너무 깊이 들여다 보면 결국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는 문장을 어느 책에서 읽었다. 정말 그렇다.
지나치게 깊은 사유는 자아를 병들게 한다.

그럼에도 관찰, 그중에서도 나를 관찰하는 것은 몹시 가치 있는 일이다. 내가 뜻밖에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안에서 여러 것들을 찾고 나면, 내가 그저 내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와 타인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닫는 것이다. 그러면 타인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지 않아도 얼추 이해할 수 있다. 
저 사람 또한 나랑 비슷한 인간인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존중과 애정이 가능하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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