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즐거워진다. 그림이 정말로 지루하고 재미없을 가능성보다 당신이 아직 즐거울 만큼의 실력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잘하게 되는 방법이야 간단하다. 매일 하는 것.
- P67

살면서 자주 그런 날들이 온다. 어릴 때는 딱히 그러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고 그림을 시작하거나 조금 배운 다음에는 예전처럼 쉽게 흰 종이에 선을 그을 수 없어진다. 
뭘 그리지? 차라리 누군가 정해줬으면 좋겠다. 나중엔 이런 말까지 한다. 자유 주제가 제일 어려워!

왜 그런 걸까? 이는 그림을 그리는 흰 종이가 낭비가 아니라 하나의 의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와 크고 난 후의 시간관념은 다소 다르다. 어릴 땐 자신이 늙는다거나 시간이 부족할 거란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는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이 생기기에 뭔가 하나를 해도 큰마음을 먹고 시작해야 한다. - P71

이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잊어버리게 되는 거다. 나는 미술학원을 다니면 원하는 그림을 배울 수 있겠지 싶었다. 막상 입시를 시작하니 대학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래도 잠시라고 생각했다.
입시가 끝나고 대학에 합격하면 그때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겠지. 아니었다. 대학에서도 그게 가능하지 않았다. 그래, 졸업만 하면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을 거야. 어떻게 되었을까? 막상 졸업을 하자 ‘내가 뭘 그리고 싶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 P72

-사용할 재료-
나는 어떤 대상들을 보면 그것의 면을 제외하고 선만 남긴 채 감상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나는 뭔가를 표현하기 위해 포기한, 그런 고민과 선택을 담은 담백한 모습의 그림들이 보고 싶었다. 사람을 완전 카메라처럼 찍어낼 것이 아니라면 표현에 많은 디테일이 필요하지 않다. 드로잉에는 핵심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과 생략을 위한 절제가 필요하다.
여러 표현 기법과 미술 이론을 배운 내가 드로잉을 한다고 하면 교수들은 싫어했겠지만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없으니까.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되겠다.
그래, 드로잉을 하자.
- P75

-취향이 곧 대상이 된다-
나이를 먹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모든 사람이 나 같지 않았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누군가는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는 싫어한다.
- P76

나는 나에게 도움도 쥐뿔 되지 않는 그림을 대체 왜 그리고 싶어 하는 걸까?
그냥이었다. 정말 거창한 이유 없이 그림이 그냥 좋았다. 그냥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고? 그렇다.
이런 게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 P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