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만으로 지속할 수 있는 분야는 없다. 그걸 가다듬을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성의‘이지 재능 그 자체는 아니다. 물론 출발선에서는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른다. 재능은 지속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재능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과 그저 묵묵히 해온 사람 간에 차이가 드러난다. 재능이 예술의 완결성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든 지나고 보면 오래 버틴 사람이 잘 하는 사람이다. - P22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멋진 일은 대개 두려움을 동반한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만큼 그 여정은 험난하다. 그럴 때는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내가 지금 굉장히 멋진 일을 하고 있구나. - P25
그림은 언어다. 달리 시각적인 형태를 가졌을 뿐이다. 감정과 생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목적도 언어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습득 과정 또한 굉장히 유사하다. - P29
-창피한 만큼 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틀릴까봐 내뱉지 못한다. 당연히 내뱉지 않기 때문에 실력 또한 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 창피를 너무 기피하기만 하면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틀린 선을 수없이 지워서 종이가 맨질해지고, 물 조절에 실패하여 종이가 뚫리는 난처한 상황이 벌어진다. .... 아직 잘할 만큼 연습하지도, 충분히 창피하지도 않았다. 창피가 반복되면 의외로 무뎌진다. 그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 그래야 많이 했다고 할 수 있고, 그만큼 해야 그 다음이 있다. 그림을 제외하고도 모든 분야에서의 성장이 전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만이 성숙해질 수 있다. - P35
그리고 그림을 배운 경험은 어느 분야에서든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다른 진로를 탐색하게 된다면, 그때 자신을 그림밖에 모르는 인간이 아니라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그림은 당신이 배신했다고 가차 없이 떠나는 존재가 아니다. 언제나 손안에 있으며 이따금 큰 위로가 될것이다. - P63
-그리고 싶은 그림이 없어져서- 많은 이들이 교육기관에서 원하는 그림을 배울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그런 그림은 절대 배울 수 없다. 스타일은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모른 채 교육기관에서 원치 않는 여러 형식의 것들(소묘, 수채화, 기초 조형 등)을 배우게 된다. 입시 미술만 끝나면 대학에서는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는다. - P64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잊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남들이 시킨 그림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그림을 꾸준히 그리는 것이다. 나는 요령 없는 모범생이었다. 남들이 시키는 것을 잘 따라 하다보면 뭐라도 될 줄 알았다. 졸업할 즈음엔 시키는 것은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까맣게 잊게 되었다. 이에 책임을 물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당부하는 것이다. 항상 기억해야 한다. 배움의 길을 스스로 고찰하고 더듬어가며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싶은 그림을 항상 선명하게 품고, 고독을 참으며 몰래 피워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 P65
-경제적 어려움- 주변에 작가를 지망하는 친구들도 막연히 상상하는 것처럼 가난에 찌들어서 굶고 누추한 모습이 아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더러 있긴 하지만 대부분 투잡으로 작가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적당히 자신의 삶을 영위하면서 작업을 이어간다. ...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다. 찾아보지 않고 겁부터 냈을 뿐, 그림을 그린다고 가난해지지 않는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로 다짐한 사람들이 가난해질 각오가 아니라, 이 편견을 깨고 뭐로든 먹고살 수 있다는 열린 마음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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