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이해하기 - 경쟁·명령·변화의 3차원 경제학
리처드 에드워즈 외 지음, 이강국 외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경제학이란 모두가 합의하는 과학인가?

ㅡ아니다. 경제학은 여러 학파가 존재한다. 그중 주류를 차지하는 게 신고전파 경제학인데 사실 이 신고전파도 여러가지 학파로 나뉘어서 각기 입장이 다르다. 그러나 보통 이들을 묶어서 주류경제학이라고 부르며 이와 다르게 비주류경제학을 말그대로 비주류경제학, 이단 경제학이라 부른다. 나는 이 구분에 반대한다. 주류나 비주류는 그저 누가 더 많은 신자를 거느리고 있느냐의 차이고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잣대가 아니다. 또한 이단 경제학이란 용어는 비주류경제학에 대해 이상한 경제학이라는 함의를 담고 있는 것인데 이는 비주류경제학 자체를 배척하는 것이므로 반대한다.

내가 생각하는 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의 차이는 주류경제학은 경제학에 대해 가치판단이 없는 엄격한 정밀과학화를 바라는 학문, 비주류경제학은 경제문제란 애초에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학문으로써 즉, 둘의 차이는 가치판단의 유무로 나뉜다고 본다. 때문에 주류와 비주류라는 구분이 아닌, 가치판단이 없는 경제학과 가치판단이 들어가는 정치경제학이라는 구분이 더 올바르다고 본다.

이책의 입장은 엄밀한 정밀과학적 기법의 사용은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가치판단을 요한다는 정치경제학 입장을 가지고 있다. 물론 후자가 더 강조된다. 후자의 특징은 잉여접근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보통 경제학은 경제문제를 희소성의 문제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책은 재료와 자본재 같은 투자, 생산자의 생계비, 생산활동으로 생겨난 잉여를 중심으로 사고한다. 때문에 잉여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잉여가 얼마나 생산되는지, 잉여가 누구에게 지배받는지, 잉여가 어디에 분배되는지가 중요한 관심사고 이에 따라 생산자와 지배자의 관계, 수출집단과 수입집단의 관계 등 계급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애초에 경제문제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집단과 집단 사이의 관계인데 어떻게 정밀과학, 자연과학과 같을 수 있을까? 물론 그 분야처럼 엄격한 과학적 분석방식이나 수학를 이용해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어떤 수학적 도구를 쓸 것인지 그 도구로 어떤 판단을 할지 또한 가치판단이 들어가야한다는 비판을 새기고 보면 경제는 결코 이데올로기와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책이 강조하는 것은 이런 각 계급 간의 혹은 다른 집단 간의 이해관계 차이다. 잉여가 늘어더라도 이것이 생산자의 생계비를 줄이거나 노동일을 연장하면서 얻어진 것이라면 이것은 갈등관계를 부추길 것이고 오히려 잉여의 지배자가 생산자의 생계비를 어느 정도 높여야만 전체 잉여가 커지는 협력관계 또한 알 수 있다. 또한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생산자끼리의 관계, 집단끼리의 관계가 협력인지 경쟁인지에 따라 잉여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산된 잉여가 부자의 사치재에 투자되거나, 아님 자본의 축적에 사용되거나 아니면 인적자본에 투자되거나에 따른 앞으로의 생산성에 대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이와같은 부분은 정치경제학이고 뒤로 가면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으로 들어가므로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의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경제학이란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면서 엄격한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정밀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즉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의 통합으로 진정한 경제학이 되는 것. 아마 이책은 나와 같은 사고를 하고 있다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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