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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1
미나가와 히로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표지만큼이나 매력적인 소설 <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18세기 영국, 해부학을 연구하는 외과의사 대니얼의 연구실에 사지가 잘린 소년과 얼굴이 뭉게진 남자의 시체 두 구가 들어온다. 해부학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속에서 대니얼과 그 제자, 에드워드, 나이절을 비롯한 다섯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판사 존 필딩과 함께 수사를 진행한다.
배경과 사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 책의 강점은 마지막까지 의심하게하는 연쇄살인, 밀실, 암거래, 다잉 메시지 등의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개성넘치는 캐릭터이다.
제자들에 대한 정이 끔찍하고, 우직한 연구원 같지만 어딘지 미스터리한 외과의사 대니얼, 시력을 잃었지만 천재적인 추리력과 놀라운 감각으로
진실을 판단하는 존 필딩, 제자들 중 가장 특출난 역량을 보이는 에드워드와 어딘지 기묘한 나이절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이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이로 하여금 긴장을 늦출수 없게하는 이유이다.
특히 이 모든 인물이 맞서는 마지막 부분의 법정씬은 그야말로 압권!
개인적으로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소설의 배경이 아닐까싶다.
현대가 배경인 미스터리는 많이 봐왔지만, 고전이나 코지 미스터리르 제외하고는 18세기 영국이 배경인 소설, 그 중에서도 몰입도가 이만큼이나
강한류는 처음인 것 같다. 배경 묘사와 시대를 알 수 있는 적합한 소재, 인물들의 대화는 인기 수사물 미드를 시대극으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게 할 정도.
귀에 들어오는 것은 마차
바퀴가 끝없이 내지르는 굉음,
길을 비키라는 가마꾼의
고함소리,
욕설처럼 들리는 행상들의
흥정 소리,
진저브레드 장수의
손수레에서 나는 방울 소리,
그것들이 한데 뒤엉킨
소음이었다.
(……)
1666년 대화재로 이
거리는 건물 잔해와 잿더미를 들쓴 황야가 되었지만,
목조건물 대신 새로이
벽돌집이 세워진 당시에는 꽤 아름다웠을 것이다.
하나 백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사이 빽빽한 굴뚝이 토해낸 매연이 벽과 지붕에 두껍게 내려앉아 지금 그의 눈앞은 온통 새카맸다.
산업화가 그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본격미스터리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등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장르소설을 많이 봐온 편이지만 수식어에 비해 아주 만족스런 느낌을 주는
소설은 흔치 않았다.
미나가와 히로코, 잘 모르는 작가였지만 이번 <열게 되어 영광입니다>로 인해 앞으로 매우 주목해야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