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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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직장, 사랑스러운 가족, 뛰어난 능력. 겉보기에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 린다는 어느 순간부터 공허함을 느끼고, 그녀의 일상에는 알 수 없는 우울함이 계속된다. 권태로움과 위기를 느끼던 그녀에게 어느 날 유명 정치가가 된 ‘야코프’라는 한 인물이 나타나고, 그와 재회한 순간부터 그녀에게는 뜻밖의 사랑이 시작된다.

다소 파격적인 제목 때문에 이전 코엘료의 책보다 더 호기심을 가진 채 펼쳐본 <불륜>의 첫부분은 이렇게 강렬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는 아닐지, 여느 잠언집이나 에세이처럼 입에 단 이야기는 아닐지 우려했었지만, 이번 그의 신작은 기대 이상으로 멋지고, 아름다웠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확실해 소설을 읽는 맛이 나고, 언제나처럼 코엘료만의 좋은 문장들이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가득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공허함에 빠지고, 아무 문제 없는 것 같은 일상에서 권태를 느낀다. 그것들은 결국 쌓이고 쌓여 스트레스를 만들고, 모든 걸 내려놓고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불륜>에서는 이러한 일상에 변주곡처럼 찾아오는 (다소 위험한) ‘사랑’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은 지금 괜찮은지, 당신은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결국 무엇을 사랑해야하는지를.

 

“내 인생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무 문제 없지. 단지 두려움이 밀려드는 밤이 있을 뿐.
아무런 열의를 느낄 수 없는 낮과 감행하지 못한 모험에 대한 갈망이 있을 뿐.”_23p

 

“당신, 행복해?” 그가 갑자기 묻는다. “당신 눈에 뭔가 있어. 훌륭한 남편에 좋은 직업을 가진 당신처럼 예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슬픔이 보여. 거울에 비친 내 눈을 보는 느낌이었어. 다시 한번 묻자. 당신, 행복해?”_52p

 

내가 저지른 실수들, 다른 이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결정들,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해도, 오직 한 가지, 나의 사랑만은 우주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_358p

 

중학교 때 읽은 <연금술사>부터 너무 좋아 아직도 가끔씩 펼쳐보곤 하는 <흐르는 강물처럼>까지. 코엘료의 책은 늘 읽어왔고,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 그의 글이지만 이번 책은 여느 때 못지 않게,  아니 손에 꼽을 정도로 더 좋아하는 책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큰 위안이 된 책,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선물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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