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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의 엄마』에는 엄마와 단둘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소녀 다나카, 가족들에게 떠밀려 신학교에 입학한 미카미, 늘 세상에 회의적이며 남모를 사연을 가진 기도 선생님을 화자로 한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나가 '엄마'라고 불러줄 때 마다 나는 엄마가 됐어. 엄마가 될 수 있었어. 하나, 나를 엄마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엄마와 둘이 살아가는 다나카 하나미.
"더울 때는 팥소 장인이 일하는 작열지옥을 떠올리렴. 추울 때는 시베리아에 억류된 미나미 하루오가 겪은 극한 지옥을 떠올리고"
일로 바쁘지만 열심히 살아보려는 악착같은 하나미 엄마. 늘 밝고 긍정적이기만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딸 다나카 하나미. 엄마는 힘들때 더 힘들걸 생각해서 그나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밝게 보려는 엄마에게도 사실은 힘들고 암울했던 시기가 있었던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갑자기 등장한 해골같이 움푹 꺼진 얼굴에 담배를 피우는 할머니가 등장하면서 그 밝았던 엄마 안에 있었던 할머니와의 슬펐던 기억을 꺼내게 된다. 버리고 버렸던 지난 시절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과 불신의 연속으로 사랑받지 못했던 하나미 엄마는 자신에 딸인 하나미는 자신의 '엄마' 였던 할머니와는 다르게 딸을 사랑하고 아끼고 싶어 했던 절실함이 묻어 나온다. 그게 설령 받아보지 못한 사랑의 힘이지만 최선을 다하려는 엄마를 마주보게 된다.
"왜 엄마라고 안 불러?"
침묵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엄마라고 불렀어. 그러다가 저 사람에게서 내 인생을 분리하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그렇게 부르지 않기로 했어. 엄마라고 생각하면 괴롭고 원망하게 되니까..."
그래도 사랑은 받고 싶었어. 사랑받는 아이가 되고 싶었어.
부모를 싫어하는 자식도 있고, 자기 자식을 도저히 사랑하지 못하는 부모도 있어.
하루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을 모은다면 어쩌면 엄마라는 말일 것 같다. 누구는 하루에 수십번을 말하고 누군가는 수십번을 듣는다. 엄마라는 연결고리로 연결되고 이어지는 느낌이다. 사랑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함 속에
가끔 엄마로서 부족하거나 무관심해 질 수 있다. 자식으로 느끼는 서운함과 속상함은 세대를 이어져 진행된다. 하지만 사실은 진짜 부족했거나 무관심 했을까? 행복을 위해 달린 엄마가 과연 부족했거나 무관심 했었을까?
주변에 각자 힘들고 슬픈 가족사들을 접하고 서로가 뒤엉켜사는 속에 진정한 나의 안식처는 어디일까? 서로가 엄마가 되어가고 엄마의 엄마가 되어간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두를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소중한 책이다. 부드럽고 잔잔하게 써 내려가는 문장 속에서 나를 위로하고 모두를 위로하는 엄마들을 응원한다.
#다산북스 #엄마의 엄마 #스즈키 루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