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예술이 가득한 정원 (표지 : 정원의 여인)
클레어 A. P. 윌스든 지음, 이시은 옮김 / 재승출판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현재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다. 소질이 없어서 엄청나게 발전한다거나 작품을 그릴 확률은 거의 없지만, 돌이켜보면 그림을 향한 나의 관심과 열정은 꽤 오래되었다. 그동안 그림에 대해 해설해주는 책을 많이도 사 모았다. 아주 가끔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책을 만날 수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그림에 관한 책임에도 많은 그림이 실려 있는 책이 드물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그림들에 대해서 해설하는 작가 자신이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뜻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인상주의 예술이 가득한 정원>, 이 책을 손에 쥐고서 나는 책장을 넘겨도 넘겨도 나오는 때로 소박하고 때로 눈부신 색채의 그림들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동안 몰랐던 작품들부터 당시 책에 실리던 각종 삽화들에 이르기까지 그림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었다. 작가가 그림을 정말 사랑하는 구나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들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인상주의 화가들과 그 작품들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은 이야기꾼인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 중 많이 나왔던 사람이 모네와 그의 아내 카미유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유명한 지베르니 정원을 비롯해서 모네의 친척이 소유했던 생타드레스 정원까지 많은 정원들이 모네 그림의 배경이었다. 카미유는 가족을 잃은 슬픈 모습으로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나는 원예를 시작한지도 4년여 되었기 때문에 그림 속에 나오는 정원의 생김새나 그 주인공들인 꽃들을 알아볼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가웠다. 인상주의 그림답게 꽃을 세밀하게 그리지 않았는데도 내가 정원에서 받았던 그 꽃들의 느낌을 그림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른 봄 눈에 확 띄는 색상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한련화나 겹겹의 꽃잎으로 가장 화려하다는 스탠다드 장미, 지금 한창 시골에서 꽃대를 올리고 있는 접시만한 크기의 시골 꽃인 접시꽃, 제라늄, 제라늄의 사촌 페라고늄, 수국, 디기탈리스, 수레국화 등등 반가운 꽃들이 그 시절 정원에서도 사랑 받고 있었구나 싶었다. 특히나 르느와르 그림의 화려한 색감은 르느와르가 왜 르느와르인지 알게 해주었다. 아니, 사실 이 책을 보고 나는 르느와르에 빠져버렸다. 그가 과감하게 선택한 색상은 그의 그림을 장악하고 나에게 너무나 강렬한 느낌을 전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역사나 세계사에 취약한 편인데도 이 책에서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프랑스 역사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알게 된 부분들도 있다. 1800년대 후기,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만은 대개조사업을 벌여 기존의 정원들을 사라지게 만든다. 도시 재계획을 한 것이다. 이에 화가들과 문호들의 반대가 거세었지만 파리의 녹지화는 그럭저럭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화가들의 저항 심정은 고스란히 그림에 남아있다. 이 당시 정원까지 표시된 파리의 지도그림이 이 책에 실려 있어서 파리를 가본 사람이라면 지금 모습과 비교해 보며 더 재미를 느낄 것도 같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 일하는 정원에 대해서 그리고 밀레나 피사로의 풍요로운 화풍에 대해서 나오다가 당시 미국의 정원그림까지 나오며 책이 마무리 된다.

작가 클레어 윌스든은 그림과 정원 모두에 오랜 시간 깊은 관심을 가져온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그는 모네가 얼마나 자신의 정원을 넓히고 싶어했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장애물과 부딪히며 괴로워했는지까지 자세한 속사정을 독자에게 들려줄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화려한 색감을 보고 싶을 때, 화가들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을 구석 구석 보고 싶을 때, 그리고 작가 클레어 윌스든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지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펼치면 자연 속에서 거닐고 쉬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 나처럼 정원을 가지고 있거나 원예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훌륭한 가드너들이 이루어낸 다양한 공간 조형이나 색채감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공사중인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보이는 몽마르트의 정원이 르누아르에겐 따뜻한 노란 색의 풍경이었나 보다

 

 

온통 주황색 색채감의 몽마르트르 정원과 소녀들

 

 

 

 

당시 책에 실린 삽화인데 수수한 접시꽃과 양배추밭이 멋진 시골 정원의 모습을 띤다

 

 

 

모네가 그린 글라디올라스 정원. 글라디올라스의 기립성이 멋지게 표현된 정원이다

 

 

 

후크시아 정원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뛰어난 원예가라고 생각한다

 

 

 

뤽상부르 정원의 야성적인 자연스러움은 내가 가장 지향하는 정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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