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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한달 반 만에 쓴 소설이라는 저자후기를 보니, '와~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박범신,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라 그의 작품을 한두 개 쯤은 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품목록을 찾아보니 저의 착각이네요.
저자의 다른 소설도 궁금하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요즘 너무 일본소설만 읽어서인지, 소설 속 문장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만일 번역서였다면 어색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신한 문장과 단어들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게해주었습니다. 새삼 우리 소설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해준 소설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문장뿐 아니라 줄거리도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소설의 시작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내용이 언뜻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연상시키네요.
마치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처럼, 중요한 사실을 먼저 알려주고 이후에 하나씩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60대의 작가가 주인공이라 저자와도 살짝 겹쳐지면서, 왠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집니다.
노인, 죽음...그리고 밝게 빛나는 젊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의 두 작가처럼 시기와 질투가 이적요와 서지우 사이를 조금씩 빗나가게 하는 부분이 참 가슴 아팠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사랑과 존경이 한 순간에 증오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인간은 역시 나약한 존재구나 탄식하게 합니다. 굳건한 믿음으로 맺어진 관계도 한순간의 실수로, 단 한마디의 말로 얼마나 쉽게 금이 가는지... 무척 안타까운 마음에, 왠지 눈물이 났습니다.
사실 소재는 맘에 들지 않아서, 책 뒤표지에 실린 2편의 서평을 읽었을 때는 전혀 읽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노시인과 여고생의 사랑이라니...헉, 왠지 끔찍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편견이겠죠. 의외로 공감이 가는 사랑이었습니다. '은교' (요즘 신언니에 버닝중이라 그런지 자꾸 '은조'가 떠오르네요)를 비롯한 세 명의 주인공이 다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