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 - 듣도 보도 못한 쁘띠 SF
이선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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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대해서 말하는 SF 소설이다. 


 농촌 드라마 배우들이 외계 행성에 납치돼 농사를 짓는다는 기발한 이야기를 정신없이 따라가다보면 (재밌어서 페이지가 쭉쭉 넘어간다) 지극히 '인간적'인 부분들에 멈춰서게 된다.  


 힘없는 사람에게 무조건 힘내라고 말하기보다 자신의 힘을 나눠줘야 한다는 말이나, 배려, 섬세함이 당연시되는 다정한 라비다인들 같은. 농촌 드라마처럼 이미 지구에선 '쿨하고 시크하고 핫하고 트렌디' 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다. 


 근데 책을 읽다보면 자꾸 라비다 행성에 가서 살고 싶다. 조금 후지다고 해도 다정한 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싶다. 아마 이야기 속 매력적인 지구인과 외계인(심지어 우주선까지!)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캐릭터 모두 사랑스럽고, 각각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서로 화학 작용을 하는 순간엔 마음이 찡하게 울린다(마음은 먹는 거라지만). 


 사랑스러운 우주 풍자극! 사랑스럽다는 말이 정확하다.   

당신의 작은 위 안에 얼마나 큰 슬픔이 들어 있는 건가요?

도로마디슈가 물었다.

슬픔은 위가 아니고 마음에 있어요.

재이니는 나직이 말했다.

슬픔이 왜 거기 있어요? 마음은 먹는 겁니다.

도로마디슈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세열의 사고 이후로, 자신을 따라다니는 허공에 떠 있는 슬픈 마음들을 몇 개 잡아서 꿀꺽 하고 삼켰다. 슬픔 마음 구슬은 크고 투명했다. 큰 슬픔은 삼키기가 어려워서 목구멍에 걸려 버렸다. p.28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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