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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에스파스 - 도시 공간을 걷다
김면 지음 / 허밍버드 / 2014년 6월
평점 :
공간으로 바라보는 파리는 어떤 모습일까. 파리를 책으로 접하면 늘 여행에세이였는데 이번 책은 건축물로, 공간으로 바라보는 파리의 모습을 주로 담았다. 저자가 건축 디자이너라는 특징답게 책의 주제는 확실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파리의 건축물들과 그 안에 작가의 생각도 조금씩 담겨있다. 아무래도 건축용어가 나오다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하지만 에세이기때문에 이쪽 분야의 문외한이라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도시의 오브제'를 주제로 길, 광장, 정원, 시장 등을 살펴보고 2부는 '건축물, 기억의 상자'에서는 궁전, 교회, 도서관, 미술관, 백화점 등 과거의 역사를 보여주고있는 건축물들을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현재를 다시한번 바라볼 수있는 '일상의 공간'인 갤러리, 쿠르, 서점, 왕의 아파트, 파리지엥의 아파트 등을 설명하며 보다 파리지앵의 삶을 밀도있게 알수있도록 도와준다.
건축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우리나라처럼 금방 허물어버리고 겉만 번지르하게 새건물을 지으며 빠르고 편리하게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파리에서는 과거와의 공존을 추구하고 자연과의 어울림을 생각하다보니 건축물에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단순히 정원을 하나 짓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지하철공사를 할때에도 여러토론이 이루어지며 정체성에대해 고민했다고하는 파리의 메트로. 그런 이야기를 듣고나면 그곳의 사람들이 공간과 건축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있는지 알수있었다. 그에대해 작가 또한 우리나라의 지하철떠올리며 했던 말이 충분히 공감간다.
파리의 메트로를 보면서 나는 가끔 서울의 지하철을 생각한다. (중략) 그러나 서울의 지하철에서 청결함과 편리함을 빼면 어떤 이미지가 남을까? 적어도 나는 별다르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 이유는 아마도 지하철이 서울이라는 도시와 어떻게 어울릴 것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미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충분히 생각하는 과정을 건너 뛰어 버렸기 때문 아닐까. (중략) 후대에 물려줄 문화유산으로서 그 정체성을 고민했다면,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p.75-76
이처럼 프랑스에서 정원은 단순히 건물을 위한 부수적인 대상으로 존재하지않는다. 건축물을 설계할 때처럼, 정원을 만들 때에도 대지의 역사와 주변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평면과 입면 설계를 거친다. 결국 정원을 건축물과 공존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여기며, 공간예술의 소재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p.45
예전에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의 로마 등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 곳에는 아직도 옛 문인들이 자주 먹었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 토론하던 카페 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있다. 겉으로보기에는 화려하고 번쩍번쩍 광이나는 건물은 아니지만 추억이 깃들어있어 모든 이들이 소중해한다는 것도 알았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건물이 허름하다는 이유로, 구식이라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가지않다가 어느순간 재건축을 하게되었겠지 하고 씁쓸해했던 기억이있다. 과거의 유산은 단지 문화재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되는 순간이었다. 건축물에대해 조금 더 심도깊은 생각들을 엿볼수이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