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의 연습장 - 그림이 힘이 되는 순간
재수 글.그림 / 예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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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묘하다. 화려한 색감도, 웅장한 그림도 아니고 단순히 장면을 빠르게 그린 크로키라 할만한 그림들이 한 페이지에 하나정도씩 그려져있는데 눈을 뗄 수가 없고 마음이 동한다. 작가는 그저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 스케치로 담았다. 

몇년 전 구상하던 만화가 잘 진행되지않아 답답한 마음에 아침마다 카페에나와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스케치를 한 그림들로 통제되지않는 왼손 드로잉의 매력을 알게되었다는 작가.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이 책의 그림들은 눈에 보이듯, 장면마다 그의 뛰어난 관찰력이 돋보인다. 카페, 마트, 거리 등에서 한번쯤 내가 했던 행동, 지나치며 봤던 장면들이 그림을 볼때마다 눈 앞에 스치듯이 지나간다. 

커피를 마시며 턱에 얼굴을 괴고 있는 여자, 지하철에서 헤어지는 커플, 엉덩이가 먹은 바지를 빼는 남자, 가방 끈에 머리카락이 낀 여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등 빠르게 그려낸 스케치지만 일상의 우리들의 모습이라 공감이 되고 웃음이 나온다.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흘려보내는 일상들을 한 컷씩 작품으로 만들어내서 그런지, 보고있음 이상하게 찡해지기도하는 그런 그림들, 그리고 그 사이 깨알같은 유머까지. 이 그림들은 책으로 나오기 전 페이스북으로 먼저 유명세를 탔었다고 하든데, 한 장, 한 장 넘길 수록 왜 사람들이 좋아했는지 알 수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을 보는 작가의 시선에는 온기가 담겨있다. 엄마 손을 잡고 가는 아장아장 걷는 아이, 사랑스러움이라는 아우라를 감출 수 없는 연인들의 모습에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는 고양이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었다. 길고양이를 보고 살찐게 아니라 짠음식을 먹어 몸이 부은거라는 장면, 늦게 들어온 주인에게 잔소리를 하는 냐옹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고양이 등 따뜻하고 기분좋은 그림들이 많았다. 어쩌면 삶의 모든 순간들이 지나고나면 그립고 소중한 순간이 될 지도 모르기에 지나치고 지나버린 일상들을 누군가가 기록으로 남겨 선물해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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