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이토 씨
나카자와 히나코 지음, 최윤영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재밌는 책을 읽었다. 나는 책을 고르는 데도 살짝 낯가림이 있어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은 잘 안읽는 편이다. 에세이나 다른 비문학은 그렇지않은데 유난히, 소설책이 그렇다. 이 책은 책소개만 보고 구미가 당겨서 읽게 되었는데 처음 보는 작가임에도 문장들이나 인물들의 대사가 흡입력이 있어 책장이 술술 넘어가 무지 흥미롭게 읽었다. 


스토리는 이렇다. 서른 넷의 아야는 스무 살 연상의 이토씨와 방 두칸짜리 작은 집에서 살고있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야와 학교 급식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토씨. 안정적인 직업도 미래의 거창한 계획도 없지만 두 사람은 하루하루를 평온하고 태평하게 보내며 나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있다. 그러던 어느 날 꼬장꼬장한 그녀의 아버지가 짐을 싸서 그들의 집으로 들이닥친다. 딸보다 스무 살이나 많고 제대로 된 직장도 없는 이토씨가 탐탁치않은 아버지와 무슨 일이 생겨도 낙관적인 이토씨, 그리고 아버지와 이토씨의 사이에서 당황스러운 아야. 갑자기 등장한 아버지로인해 잔잔했던 그들의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서로의 다름의 불편해하던 것도 잠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가며 그들은 서로에게 맞추어가려 노력한다. 그렇게 그런대로 살아가는 것 처럼 보일 무렵, 그녀가 몰랐던 아버지의 비밀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또 다시 반전된다. 


일본의 유명 여배우 우에노 주리 주연의 영화로 올해 제작되었다는 이 작품은 동거남과 아버지 그리고 딸이 등장하는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인물들의 대사가 생동감 넘치고 섬세하다는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또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세 사람의 개성이 작품 속에 확연히 드러나있어서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보통의 가족간의 소설에서 다루는 사랑, 용서 등 어찌보면 상투적인 주제들을 살짝 빗나가는 작품이라는 점도 이 책을 더 사실적이고 이색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작가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지를 무겁지않게 이끌어나가고 그 안에서 틈틈이 일본 특유의 과하지 않은 위트를 깔아 독자가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 까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던 소설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