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영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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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소방장갑을 직접 구매한다는 기사로 한동안 소방관의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누군가는 소방관의 장갑을 기부한다고 했었고 정부에서는 도대체 뭘 하냐는 성토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어느때처럼 그런 여론들은 사그라들었고 나 또한 그 기사를 잊고 그뒤의 이야기도 모르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이 책은 실제 청년 소방관이 7년동안 사고 현장에서 직접 느꼈던 절망, 슬픔, 감동을 기록한 책이다. 꼭 구하고싶었지만 구하지못했던 이들에대해서, 조금만 늦었어도 이 세상 생명이 아닐 뻔 한 사람들을 구해내고 느꼈던 희열까지. 실제 몇년간 소방관으로서 근무하며 많은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동료을 잃었던 저자의 이야기는 팩트이기에 느낄 수 있는 참담함과 대한민국 소방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부끄럽지만 나는 소방관이 정부 소속이 아니었다는 걸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전국의 배치된 소방관 99.7%가 지방자치단체의 소속이며 각 지자체가 통솔하기 때문에 지역 행정청의 예산이 적으면 소방장비를 충분히 지급받지 못하고 부족한 소방인력을 보충할 수 없다. 그러니까 기사에 나왔던 직접 소방장갑을 구매하는 소방관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소방관들은 1인 시위를 하고 국가직 전환을 요구했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소방방재청은 해체되고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무기한 연장되었다. 우리가 기사를 통해 보는 내용들은 지극히 단편적인 내용이고 그 결과는 사이다처럼 시원하지도 않다. 결국 처우개선에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소방관들의 위험부담성은 여전히 크다. 


읽는 사람도 기운빠지는 이런 답답한 현실과 매일같이 부상당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야하는 저자는 그럼에도 절망 속에서만 있지않는다. 현실의 탓하고 있기에는 그들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기때문이다.  슬픔을 뒤로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지금 이 순간도 사람을 살리려고 애쓰는 소방관들을 생각하면 미안해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더 이상의 희생없이 하루빨리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과 처우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기사를 통해 읽는 그들의 이야기와 직접 그들이 겪은 일에대해 말하는 것을 든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다.  이 책은 인세의 70%가 순직, 부상당한 소방관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된다하니 많은 사람들이 읽고 그들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 이수동 <동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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