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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의 곁 - 가까이 두고 오래 사랑할 도쿄 여행법
고현정 지음 / 꿈의지도 / 2015년 12월
평점 :
지나간 시간을 잘못 되씹으면 떫은 맛이 난다. 마음이 뜨거울수록 쓰고 떫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일부러 냉정해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 마음이 차가워지면 그 떫은 맛도 상쾌하게 즐길 수 있을까?
p.113
배우로서 고현정을 나는 잘 모른다.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에서 선덕여왕보다 미실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대단한 연기를 했다고 들어 알고는 있지만 그 드라마도 보지않았고 그 뒤로도 그녀가 나와 화제가 된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을 의도하진 않았지만 제대로 본적이 없다보니 호도 아니요, 불도 아닌 그저 브라운관으로 종종보는 얼굴에만 익숙한 여배우정도가 내가 그녀를 봤을 때 느낌이었다. 그래서 고현정의 두번째 여행에세이 출간이라는 말을 듣고 좀 놀랐다. 연예인들이 책을 한권 내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그 이상을 내는 경우는 많이 없기때문에 무슨 이야기가 하고싶었을까 궁금해서 읽어보았던 <현정의 곁>
일단 책의 기획이나 편집 디자인은 살짝 훑어만 봐도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일반적인 책에비해 큼지막하고 180도 펴지도록 제본해서 읽기도 편하다. 책속에 들어가는 사진들도 화보집이라해도 좋을 정도로 퀄리티 높고 그녀의 솔직하고 담담한 글도 나쁘지않다. 다만 '곁에 두고 오래 사랑 할 도쿄 여행법'이라는 부제만 보고 이 책을 아예 여행에세이라고 보기는 좀 애매하다. 도쿄 여행기라기 보다는 도쿄에서 고현정이 좋아하는 샵이나 브랜드 or 구입한 물건, 좋아하는 제품에대한 내용이 더 비중이 높기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이 고현정 특집의 잡지같았다.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짧은 인터뷰도 그랬고, 뜬금없는 샵 주인과 한토막 인터뷰, 그녀의 측근인 옥양의 고현정 관찰기도 그런 느낌을 더했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았는지 욕심을 부린건지 이것저것 담다보니 읽는 사람입장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뭔지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계속 이 밋밋한 느낌은 뭘까 생각해봤는데 책을 읽는 독자로서 나는 에세이에서 중요한 것은 개성 혹은 공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 부분이 좀 빠졌다고 해야하나. 그녀의 직업이 배우다보니 일반사람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삶이라는 건 알지만 정말 지극히 배우로서의 여행(혹은 셀러브리티로서의 여행)의 느낌이 많이 났다. 그러다보니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하기 쉽지않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