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적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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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아무책이나 잘 읽는편인데 이상하게 소설책은 낯가림(?)인지 원래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면 잘 안읽게된다. <연적>은 출간소식이 무지 신났고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올해 초 전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를 무척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때문이다. 그런 일이 거의 없는데, 그 책을 읽고나서 작가의 다른 작품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게 첫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라는걸 알고 너무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더 반가웠던 두번째 책. 


일단, 큰 스토리는 이렇다. 죽은 전여자친구의 1주년 기일 납골당에 온 엑스보이프렌드 두 남자가 만나게된다. 그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던 연인이 갑갑한 시골 납골당을 원하지않을거라 생각하고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일념하에 유골함을 훔친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할 만한 곳을 찾아 떠난다. '본의아니게' 함께 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의 여정이라하면 되겠다. 소재만보면 첫 작품과 달리 약간 무겁지않을까 했는데, 작가 특유의 위트와 유쾌함이 있어 책을 덮는내내 지루하지도 마음이 답답하지도 않았다. 또 작가의 소설의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있는 (두권이긴하지만) 주인공들의 찌질함은 여전했기때문에 자칫 어둡고 쳐질 수있는 스토리를 중화시켜준다.


그때는 3천만 원이면 작은 원룸 전세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3천만원을 모으고 보니, 웬만한 원룸 전세는 이미 5천만 원은 있어야 가능한 사정이었다. 내 월급으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전셋값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호기롭게 나와 반전세라도 구해야 했던 걸까?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재연이 월세로 힘겹게 사는 모습을 보며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나는 그녀를 챙겨줄 생각을 하기는커녕 그녀처럼 사는 게 두렵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p.205)


청년 시절 박정희 독재 정권과 싸우며 자식들의 이름도 민중, 민주라 지으셨던 분이 이제 부동산 전문가가 되어서 땅값을 올려줄 정권을 지지하는 노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인생은 뭐랄까, 이쪽 저쪽을 잘도 오가며 잘 흘러왔다고 할 수 있겠다.(p. 203) 


작가가 그리는 이야기는 허구지만,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현실적인 부분을 잘 반영하고있기때문이다. 전작에서는 잘안나가는 만화가의 현실, 중년의 기러기아빠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대학졸업 후 출판사에 취직해서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소심남 고민중과 헬스장을 운영하다 망하고 허세만 잔뜩에, 머리보다 몸이 먼저나가는 단무지같은 앤디가 등장한다. 그들이 여행하는 내내 벌어지는 에피소드나 전여자친구의 복수를 대신하는 것 이 책의 주요 골자다. 어떻게 보면 되게 단순하고 뻔한 줄거리일 수도있지만, 출판사 사장에게 한방 먹이는 고민중과 전 여자친구인 재연의 시나리오를 가로챈 문감독에게 똥을 먹이는 앤디, 그리고 그 계약의 부당함을 밝히는 그들을 자꾸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현실적인 이야기들 사이에 비현실적인 통쾌함을 보고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작가의 '책이 마음에 든다, 앞으로 출간될 때마다 눈 여겨볼만한 작가다' 말할 수있으려면, 최소 두권은 읽어봐야 하지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읽었던 이호연 작가의 두번째 작품 <연적>

내가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찌질한 주인공들을 등장시키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다는데 있다. 

앞으로 출간 되는 책마다 망설임없이 읽게 될 또 한명의 작가를 만나게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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