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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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나서 내가 감히 평가할순 없지만, 내용을 떠나 역시 대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정래 작가님의 책은 <아리랑>으로 처음 접했었다. 12권의 장편인 호흡이 긴 책이지만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현실을 눈에 보이듯 그리고있는 책이고 흡입력이 상당해서 생각보다 읽는데 오래걸리지않았었다. 그 뒤로 태백산맥, 한강도 꼭 읽어야지하다가 몇 년이 흘러버렸다. <허수아비춤>은 단권으로 되어있어 비교적 부담이 없이 읽을 수있었는데, 늘 우리 민족에 역사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대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이번에는 '경제민주화'에대한 주제를 말한다. 대하소설에비해 호흡이 짧은 편이고 비교적 최근의 대두되는 문제들이기때문에 읽으면서도 땅콩항공이나 기업의 비자금 등 뉴스에서 많이 보던 내용들을 같이 떠올리면서 읽었다.


그렇지, 큰 기업이 잘돼야 우리도 잘살게 되지. 대중들은 이렇게 동의하고 동조하면서 재벌들이 저지르는 죄를 가볍게 여겼고, 그들이 받는 사법적 특혜에도 지극히 관대했다. 국민경제를 위하며......, 그 기업 옹호론과 재벌 보호론의 주문(呪文)은 그 효력 좋고 생명력 강대하기가, 우리를 믿어야만 재물운이 트이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그 한마디로 2천 년이 넘도록 줄기차게 배부른 번성을 누려온 종교들의 질긴 생명력과 맞먹었다. 신문들이 앞장서 설파하고, 법관들까지 활용하고 나서는 그 기업 옹호론과 재벌 보호론은 자본주의 한국에서 출현한 신통력 좋은 신흥종교이기도 했다. (p.64)


책 속에서는 재벌기업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부의 세속을 위해서 팀을 꾸려 부의 세속과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돈 앞에서는 법도, 정치권력도 힘을 못쓴다는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있다.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있다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과 신념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도 했고, 분명 소설이지만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않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했다. 멀쩡하던 사람이 검찰출두할 때는 휠체어에 실려들어가는 모습이나 특별사면이라는 이름으로 죄를 짓고도 나오는 티비 속 기업인들의 모습은 낯설지않다. 그들의 뒤를 받쳐주는 이들이 있다는 걸 사실, 다들 알고있지만 자신이 바꿀 수없는 현실이기에 바로 보지않으려고한다. 이에 작가는 재벌기업들의 비윤리적인 행위와 정치권력과의 관계들을 책 속에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전개하며 바로 볼 것을 요구한다.


학교에서 배웠던 기업윤리, 투명경영, 사각지대 없는 복지사회는 정말 실현될 수있을까. 확신할 수없지만 체념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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