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고양이가 아니라 오리가 잡아먹었다고? 제목부터 황당하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라니...... 

보통 그 반대지않나? 제목을 잘못읽었나해서 갸웃거렸지만 이내 제목이 반대라면 너무 평범하겠다싶었다. 세계문학상 대상작품이라기에 관심이 갔다가 제목에서 주는 흥미로움에 이끌려 읽게 된 책. 

스토리는 복잡하지않다. 안팔리는 작가인 남자와 주식을 하다가 바닥을 친 여자, 세상에서 돈이 제일 중요하다는 꼬마, 그리고 자신의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잡아달라는 노인. 난해하지않고 간단한 줄거리지만 골때리는 스토리다. 

소설을 쓰는 소설가이지만 출판사와의 계약은 되지않고 전 재산도 5천원도 되지않아 당장 월세를 걱정하는 신세인 남자의 시선으로 쓰여진 소설은 불광천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남자가 노인이 써붙인 전단지를 본 것도, 노인의 제안을 수락하고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사진을 찍으러다니던 곳도, 동료(?)인 여자를 만나 같이 오리를 찍은 것도, 노인이 고양이를 산책시키다가 그 오리를 만난 곳도 모두 불광천이다. 오리 사진을 찍어서 가져다주면 노인은 그 중에 자신의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일당으로 5만원을 준다. 다 똑같이 생긴 오리 중에 그 오리를 어떻게 알아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차라리 불광천의 오리를 있는대로 잡아오라고 하는게 더 빠르지않을까 싶었다. 어쨌거나 남자도, 여자도 그 일이 어쩐지 찝찝하고 정신이상한 노인의 등을 치고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장 필요한 돈 때문에 오리사진 찍는 일을 멈출 수없다. 그러면서도 스물스물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 그랬기때문에 노인의 집을 청소해주고 노인과 밥을 먹고 노인의 고양이를 찾아주려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없게되며 소설은 끝이난다. 책의 말미가되면서 노인이 진짜 원했던 것은 오리 사진일까, 잃어버린 고양이일까 궁금했지만 이 역시 책에서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에대해 찝찝한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진실을 향한 가짜는 진짜보다 공감을 얻기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