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동물농장을 재밌게 보는 편이긴하지만, 시간맞춰 꼬박꼬박 볼 정도로 애청자는 아니다. 사실, 일요일에 그 시간에 일어나있으면 약속있는거라 준비하느라 바쁘고 아니면 자고있는 시간이라 ㅎㅎ
그런데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몇년전 하이디가 나올때 같이 나왔던 여자수의사. 늙고 병들어 버려진 강아지의 마음을 읽어내는 하이디와 그 옆에서 눈물을 흘리는 수의사가 내게는 인상적이었다. 병들어 아프고, 죽는 동물들을 수도없이 보는 수의사들은 어쩐지 그런 일에 무감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슬퍼하는 모습이 티비에 나와서 일수도있지만 진정성있게 느껴졌던걸까. 그렇게 뇌리속에 잊혀지지않았는데, 이번에 신간을 냈다는 소식을 듣게되서 읽게되었다.
박정윤 수의사의 책은 강아지를 키우는 방법, 상식같은 뭔가 뻔한 그런 서적이라기보다 수의사가되면서 그녀가 겪었던 에피소드 등을 주로 다루고있다. 그녀의 첫번째 강아지부터 이제는 별이 되어버린 반려동물들, 무책임한 주인을 가진 불쌍한 아이들까지. 책 한권으로 그 사람의 인생, 가치관을 다 알수는 없겠지만, 올바르고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중간에 키우지도 못하면서 예쁘다는 핑계로 데리고와서 강아지가 병이들면, 견주의 결혼, 출산, 이사 등으로 버려지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같이분노하기도했다. 자랑스럽게 자기는 여러마리 강아지를 키워봤다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기보다 저 사람이 그 강아지들을 다 끝까지 키워봤을까를 먼저 생각한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백배공감했다.
동물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앞장서 얘기하고, 개나 고양이 품종이나 습성에 대해서는 박식하며 훈련이나 육아법도 꿰고 있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무심코 생각해보면 정 많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심지어 그런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뻔뻔하고 잔혹한 사람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P. 240
나또한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별생각없었는데 지금은 저는 허스키, 진돗개, 비숑 등 많은 강아지를 키워봤어요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그래서 그 개는 지금 어딨나를 먼저 생각하게된다. 가끔씩 가는 온라인 애견카페에가면 출산, 이사, 어쩔 수없는 사정으로 가족같이 키웠다는(?) 5년된 강아지를 입양한다는 글은 셀수가 없고, 몇년에 한번씩 새로운 강아지 입양했다는 글을 올리는 사람 등 진짜 사람같지않은 글들을 많이 접하면서 무책임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이토록 많고,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한다면서 무책임하게 책임도 못지는 사람들이 강아지들 입장에서는 더 위험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단순히,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들을 담기보다는 그들이 겪을 수있는 질병들 그로인해 보호자가 겪게 될 금전적인 문제나 나아가서는 안락사 등 무거운 주제까지 같이 다뤄서 한번쯤은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들인다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님을 생각해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