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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우연히, 곧 개봉하는 <웰컴, 삼바>의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호기심에 읽게된 원작. 언터쳐블의 제작진이 만든 따뜻한 영화에 코미디도 가미된 영화라는 예고편만보고 가벼운 마음에 읽기시작했는데, 어라 좀 많이 다르다. 간단하게 말하면 똘레랑스, 관용의 나라 프랑스에서의 불법체류자들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놓은 책이다.
사람답게 살고싶어 우여곡절끝에 프랑스에 오지만, 아무것도 없는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흑인청년을 프랑스에서는 달가워하지않는다. 10년 넘게 세금내고 프랑스 시민이 기피하는 노동력을 제공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더 이상 체류증을 줄 수없다는 통보뿐이다. 같이 살던 남편과 헤어지고 무기력하게 일을 하다가 이민자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백인여성은 삼바의 체류증을 얻게하기위해 머리를 맞댄다. 하지만, 제대로된 직업도 없고 돈도없는 삼바가 체류증을 얻기란 쉽지않다.
영화는 그 둘의 우정을 그려내며 감동을 주는 것 같은데, 사실 책에서는 그 둘은 조금 친밀한 불법거주자와 자원봉사자일뿐, 딱히 깊은 교감을 나누지도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그저, 프랑스에서 살아가기위한 삼바의 고군분투가 주가된다. 체류증을 줄 수없다는 프랑스에서 살기위해 삼촌의 체류증을 빌리고, 그게 들통나자 다른사람의 체류증을 훔쳐 일을 구하고 프랑스 시민들이 꺼려하는 쓰레기분류일을 하고도 지하실을 벗어날 수없는 그의 삶을보면서 70-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가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터전을 가꾼 우리나라 이민1세대, 현재 값싼노동력을 제공하며 열악한 환경속에서 3D업종을 전전하는 외국인노동자들, 그리고 마지막 옮긴이의 말이 생각났다.
'그것은 어쩌면 삭막한 생존게임으로 변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사회 내부의 보이지 않는 경계들을 여행하는 우리, 수많은 <미생>들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체류증을 받을 수없고 다른사람의 체류증으로 살아야하는 삼바. 달려라 삼바라고하지만, 그 끝이 해피엔딩인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결국 경관들에게 체포되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게되거나 끝까지 프랑스에서 산다고해도 바퀴벌레가 기어다니고 축축한 지하실에서 그가 벗어날 수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기에. 어느 한쪽이 나을꺼라는 말조차 하기쉽지않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없어 더 안타까웠다. 타국에서 밀려들어오는 이민자들을 모두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그들을 위한 복지와 권리에도 힘써야한다고 국가에 요구하는 것은 원래 살고있는 자국민에게 역차별이 될수있고 현재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이슬람사태를 초래할 수있기에 마냥 찬성할 수없다. 그렇다고 현재 불법체류자들을 모두 내쫓아야한다는 극단적으로 주장도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책을 다 읽고도 얹힌듯한 먹먹한 느낌이 들지만 진짜 현실을 더 비극적일 수도있겠구나를 생각해볼 수있었던 책이었다. 이달에 개봉하는 영화는 조금 다른 느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