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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박은지 지음 / 강이북스 / 2015년 2월
평점 :
강아지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좋아했었는데, 고양이는 가까이할 기회가 없어그런지 싫어하거나 무서워하지는 않았지만 낯설었고 크게 관심도 없었다. 2년전이었나, 그 고양이(?)를 만나지않았다면 이 책을 읽지도 않았겠지. 평소처럼 집근처의 길고양이를 보고 그냥 지나쳐오는데 삼색고양이가 사람을 피하지않아 신기해서 가까이갔더니 오히려 다리에 머리를 비비고 애교를 부렸다. 그 이후로 오며가며 예뻐해줬더니 가끔씩 집까지 쫓아오곤했다. 그럴때마다 나름 손님이니까 우리집 멍멍이 사료랑 간식을 주곤했는데, 그렇게 몇달간 보다보니 강아지랑은 다른 색다른 매력을 가진 동물이구나싶었다.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어 꾸준하게 사료를 챙겨주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가끔씩 간식이나 캔통조림을 길고양이들이 가는 길목에 놔주거나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사람에게 낯을 가리지않아 주인이 생겼는지 종이달린 목줄을 하고 돌아다니던 삼색이는 언제부턴가 주인의 집으로 갔는지 안보이게되었고 이 책을 읽기전까지 나도 가끔씩만 궁금해할 뿐 삼색이를 희미하게 잊어가고있었다.
사람에 손에 길들여졌지만 사람의 손을 경계하는 길고양이들. 고달프지만,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책에서 저자는 길고양이들을 보고 느끼는 이야기와 자신의 감성을 버무려 글을 썼다. 책표지와 길고양이들에관한 내용이라는 것만 알았을때는 길고양이들에대한 차가운 현실과 동정에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저자의 이야기같기도하고 길고양이의 이야기같기도 한 말랑말랑한 글이었다.
사실 사람을 잘 따르는 길고양이는 곤란하다. 세상에는 호의적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또 호의가 꼭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랑도 때로는 폭력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서로가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결국 마음의 무게가 무거운 족이 상처받고 만다. 길고양이에게 그것은
마음의 상처이자,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인 상처일 수도 있다. (p.47)
햇볕이 기력을 다 빨아먹어
바삭바삭 말라버린 몸으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날.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좋은 일이라고는 없고.
시간만 무기력하게 흐르는 지친 날.
나와 똑같이 지친 걸음으로
타박타박 걸어오는 길고양이와 마주치면
네가 보냈을 하루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늘마저 익혀버릴 것처럼 아스팔트가 펄펄 끓는 날.
길 위에서 보낸 너의 하루는 어땠을까. (p.62)
타고난 수명의 절반도 살지못하는 이 땅의 고양이들에대한 연민어린 시선도 책 속에는 있었지만, 그보다는 길고양이들의 삶에대해 저자가 바라본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더 많았다. 마치 고양이들이 쓴냥 일인칭고양이시점으로 쓴 토막글도 그랬다. 길위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길위의 그들을 생각하는 일, 그들의 고달픈 삶에 짐을 덜어줄지, 얹어줄지는 인간에게 달려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