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
김신회 글.사진 / 예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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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쩐지 밤에만 읽어야할 것만같은 제목때문에 진짜 밤, 새벽에만 읽었다. 짧은호흡의 에세이다보니 끊어읽어도 소설처럼 맥이 끊기지않아서 좋았지만 한편으로 다시 읽을때마다 마주하는 느낌이 새롭긴했다. 찾아보니 저자가 <서른은 예쁘다>, <서른엔 행복해지기도했다> 등을 쓴 나름 유명한 에세이스트인것같은데 나에게는 이 책이 첫 책이었다. 그래서 기대나 편견없이 처음부터끝까지 읽을 수있었다.   



밤의 육체는 잠드는 대신 마음은 눈을 뜬다. 침대에 기대 피곤한 몸을 늘어뜨리면 할 말로 가득 찬 마음은 비로소 입을 연다. 머리맡에 놓인 전등 하나는 메마른 마음에 성냥을 그어주고, 흔들리며 불을 밝히는 향초는 싸늘한 마음에 온기를 더해주며, 머그컵에 담긴 차 한 잔은 뭉친 마음의 근육을 풀어준다. 달가운 밤의 공기에 기대어 마음은 숨겨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 에필로그


그녀는 여성들이 공감할 법한 '밤'의 이야기를 쓴다. 그냥 주구장창 밤을 가지고 글을 쓰는게 아니라 야밤에 배고픈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심야식당' , 보는 눈 많은 낮의 수영장에비해 잔잔한 '밤의 수영장', 진심을 말할 수있는 '한밤의 전화' 등을 소재로 그녀만의 언어로 감성에세이를 완성해나간다. 공감하기도 하고, 그럴 수도있지라며 다시한번 생각해보기도하고 '이렇게 섬세한 글이라니 저자는 분명 글을 쓸때 밤에썼을꺼야' 하고 중얼거리기도하면서 읽었다. 


아이였을 때,

세월만 지나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고, 

어른이 되고 나서도 계속 어른스럽게 사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해준 이가 한 사람도 없었던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른이 되는 일에 대해 고민한다. p.121

한때 유행했던 '아침형인간'을 정독하며 성공하는 아침형인간이되고자했으나 역시나 나는 올빼미형인간이 더 적성에 맞는걸 알고 진즉에 포기해버려서 그런지 책의 내용들에 공감을 많이했다.( 자는 시간이 철저하게 정해져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아마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씁쓸하고 나만 이런생각을 하는게 아니구나 싶어 다행이기도 했고, 밤에 읽는게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도 생각했다.(낮에 읽으면 이 감성적인 글을 100% 받아들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한밤중에 누워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오전에있었던 일, 과거에 후회되는 일, 부끄러워서 되돌리고싶고 이불을 빵빵차게 만드는 일, 그렇게 수만가지의 생각들이 스쳐지나가고 잠들어버리면 다음날 깨끗하게 잊어버리지만, 그런 생각들을 수집하고 정리해서 만든 책이있다면 아마 이 책이지않을까. 글은 읽기는 쉽지만 쓰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내 생각이 담겨있지 않는 글이라면, 하나의 소재가 되는 단어로 두 페이지 이상의 문장을 쓸 수있다는 건 쉬운일이 아닐텐데 그런 소재를 모아 한권의 분량의 글을 만들었다는데에 저자가 참 대단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보면 블로그에 끄적이는 다이어리같기도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글들이 심오하게 마음에 와닿는거보면 가볍기만 글은 아닌것같다. 나름대로 작가의 살아온 철학과 삶의 태도가 담겨있고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자신의 경험담이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않은 에세이는 어딘가 딱딱한 느낌인데 책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도 담아내고있어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에필로그에서 그녀가 말한 것처럼 밤이 있어서 하루를 살고, 밤이 있어서 내일을 버틸 수있기때문에 나 또한 다가올 밤에 담대해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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