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마술 라디오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우리는 일상이 자신이 상상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서 괴로워하지. 일상의 소소함이 더 큰 무엇인가로 이끌어주지 않아서 괴로워하지. 행복이란 상상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저 높은 곳에 있는 내가 모르는 남들의 시선 속에 있는 것도 아니며 지상, 식탁, 책상, 잠자리, 산책길, 자전거, 책 속에 있겠지.
p.88
 
인생은 딱 이거야, 어떻게 살아왔냐야. 행복, 최후의 순간에 말하는 거야. 인생은 다 살고 끝에 가서 말하는 거야
p. 268 저자와 생선파는 노점상 할머니의 대화 中
 
 

 
노오란 색의 책표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그라데이션효과를 주고있는 속표지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라
아주아주 나중에 책의 내용들이 희미해지고 잊어버릴 무렵 <마술라디오>하면 노란색이 먼저 떠오를 것같다. 정혜윤pd의 책은 처음이었다. 꽤 여러권의 책을 낸건 알고있었고 그 중에서 읽고싶었던 책도 있었는데 기회가 닿지않아 못읽어보다가 처음으로 접하게 된게 <마술 라디오>다.
 
라디오의 매력이란 tv와는 비교할 수없다. 독특한 라디오만의 감성은 단언컨대 들어 본 사람만이 알 수있다. 흠 나의 첫 라디오 입문을 이야기해보면, 고등학교 때 선물받았던 엠씨*** 라는 기기였다. 공부하라고 받았던 기기로 라디오를 들었던 웃픈기억ㅠㅠㅎㅎ  그 전까지는 티비도 있는데 굳이 목소리만으로 DJ가 사연읽어주고 하는 라디오는 구시대적인 매체라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접한 라디오를 듣다보니 사람들이 왜 얼굴 마주하며 이야기하는걸 그대로 볼 수있는 토크쇼도 있고, 사연을 읽어주는 것뿐아니라 직접 출연해서 자기이야기하는 티비도 있음에도 라디오를 찾는 이유를 어렴풋하게 알 수있었다. 오히려 얼굴을 마주하고 나를 드러내지않음으로 더 진실해질 수있고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마음놓고 공감할 수있는 곳. 들리는 소리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하기에 더 집중할 수있는 것 그게 라디오와 티비의 차이였다. 
 
그렇게 아날로그 감성하면 빠지지 않는 라디오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게되었다. 근데 사실 긴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는 "그래서 하시고싶은 이야기가 도대체 뭐에요?"라고 저자에게 직접 묻고싶어졌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어체로 쓴 책도 약간은 어색했었고  술취한 사람이야기 듣는것마냥 도통 두서없게 느껴졌다. 작가의 책이 처음이라 나랑 좀 안맞나 싶기도했었다. 어쨌거나 긴 프롤로그를 읽고나서 본 내용으로가니 읽다가 중단하지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라디오 이야기가 맞구나 싶어서 안도하기도했었고.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여기서 사람들은 티비에나오거나 돈이 많다거나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저 "우리주변에서 흔하게 만날수있는"사람들이다. 생선을 잡는 어부일 수도있고, 낚시터에서 하루종일 낚시하는 아저씨일 수도있고 노점상에서 일하는 할머니일수도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다보면 그들을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수식어로만 설명하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자폐증을 앓고있는 아들을 가진 아버지, 한쪽 눈이 실명한 채 글을 쓰고있는 남자, 장승을 만드는 할아버지 등 제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 저자가 나누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는 라디오를 들으며 느꼈던 감정을 오랜만에 느꼈다. 예전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나는 때로는 슬펐고, 재밌었고, 공감이 했고 씁쓸했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저자의 구어체 문장도 친한언니와 대화하는 느낌이었고 책을 다 읽고나서는 얼굴 한번 본적없는 저자에게 친밀감도 느꼈다. 더 듣고싶어 아쉬웠던...... 분명 책이었는데 "읽었다"보다는 "들었다"라고 해야할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