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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산행 ㅣ 테마 소설집
박성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평점 :
왜 단편집은 장편소설보다 읽는데 더딘걸까. 세트로 나왔던 <키스와 바나나>를 읽으면서부터 시작되었던 의문은 <한밤의 산행>을 읽으면서 여전히 계속되었다. 그래서 그 이유는? 정확한건 모르겠지만 두권을 내리 읽고나서 나름 내려본 결론은 도입부의 낯섦 때문일거라 추측해본다. 소설을 처음 읽기시작하면 독자는 그 내용을 파악하고 몰입하기위해 나름 신경을 집중하게된다. 그후 어느정도 인물, 배경 등이 파악되고나면 나머지는 그냥 소설의 흐름을따라 읽기만하면되는거라 비교적 쉽게 읽히는데 단편은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단편에 낯선 분위기를 파악해야하는지라 오히려 더 이어서 읽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단편보다는 장편을 더 많이 읽어서 덜 익숙한 것도 있을테고..
아무튼, 지난 편과 마찬가지로 13명의 작가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이라는 소재로 쓴 <한밤의 산행>은 비교적 <키스와 바나나>보다는 더 잘 읽혔던 책이었다. 흥미로운 소재도 많았고 실제로 존재했었던 인물들을 직간접적으로 등장시켜 흥미를 자아냈던 작품들도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 중 하나는 <잘 가, 언니>였다. 차학경이라는 비운의 한인 여성 예술가의 동생이 쓴 편지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었다. 몸이 약한 동생때문에 언니는 하고싶은 일을 포기해야만 했고 동생은 자신때문에 언니가 꿈을 이루지못한것과 낯선 땅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을 마음아파한다. 책에서 처음 알게된 예술가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동생이 있어서그런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닮았구나.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했죠. 제 얼굴에 당신의 과거가 있다고,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환하게 웃으며. 그리고 당신이 떠난 이후론 슬픔을 억누른 목소리로, 흔적을 찾듯 더듬는 눈길로, 닮았구나, 그들은 같은 말을 다르게 합니다. 다른 어조와 다른 억양으로, 다른 감정을 실어 말합니다. 서른 살 이후로 당신은 더 이상 나이 들지 않고 있으니 서른여덟 살의 저는 이제 당신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가 되어버린 셈이군요. 그렇다면 당신의 사라진 미래는 저 차창 안에 있는 건가요. 저토록 좁고 어둡고 고독한 곳이 당신이 있는 곳인가요. 말해주세요. 그곳에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비에 젖어 추워할 일도 없으며 발이 시리지도 않다고, 그런 곳이라고……. 74-75.p
이렇게 실제인물들을 모티브로하여 쓴 이야기들은 꽤 흥미로웠고 또 책속에서 사용하고있는 소재, 인물들에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몰랐던 사건이나 인물들을 찾아보기도하고 비슷한 소재나 같은소재의 책들을 검색해보기도했다. 이전의 읽었던 책에비해 조금 익숙해져서 그런지 오히려 더 편했던 <한밤의 산행> 다 읽고나니 역시 뿌듯하다. 우리나라 작가만 쓸수있는 그런 이야기들, 그리고 공감할 수있는 소재들이라 과거의 역사와 현재에대해 생각해보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