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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몰랐던 일들
신소현 글.사진 / 팜파스 / 2014년 5월
평점 :
여행에세이겠지 하고 읽었지만 읽다보니 감성에세이에 더 가깝다. 읽으면서 문득 생각했던건, 이 책은 다른때보다 사람의 감정이 제일 말랑말랑한 새벽에 읽기 좋겠고, 카페가서 읽으면 참 좋겠다였다. 그만큼 카페와 잘 어울린다. 이 한 권의 책이 여권같다고 했던 작가의 말처럼 책은 주로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있다. 거기다 문장 하나하나 신경쓰고 다듬어서 예쁘고 말랑말랑한 글이다. 한번에 읽기 어렵진않지만 한번에 읽기는 아깝달까. 일부러 천천히 아껴가며 읽었다. 여행지의 정보보다는 그곳에서 느꼈던 일상적인 감정을 담아냈기에 부담없이 읽어내려가기 좋았다. 또한 나만 그렇게 느끼며 살아가지않는구나 싶어서 위로도 되고 공감도 되었다.
어느 날 모든 것이 몸서리치게 싫어졌다는 그녀. 누구나 반복되는 삶에서 느끼는 권태로움이지만 누군가는 훌쩍 떠나고 누군가는 꾸역꾸역 버틴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후자에 속하는 내가 훌쩍 떠나는 그녀의 이야기 듣는 것. 흥미로웠고 부러웠다. 진심을 다해서 썼던 이야기라 그런지 찡하고 와닿는 문장들도 많았다. 힘들어도 살아가야하는 삶에 공감하며, 나만 아프고 무너지는게 아니라는데 용기를 얻었다. 견디다보면 기쁜 일도 있고 건강해지기도하며, 삶이란 누구에게나 쉽진않음을 다시금 알려주었던, 그렇지만 읽으면서 우울하진않았다. 친한친구와 속이야기를 터놓으면 두런두런 함께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저자가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들도 함께 실려있어서 나중에 사진만 따로 다시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p. 29
가끔은 무너져야 다시 일어날 수 있고,
가끔은 아파야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늘 아파하고 있는 사람과
늘 무너져 있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p.30
삶이라는 것이, 아니 오늘 하루가 마치 라디오 같다고 생각했다.
라디오에서처럼 사연을 읽어 내려가고 음악으로 위로를 주고받고
때로는 초대 손님도 오고 그렇게 채워지고 이별하며 고독한 오늘
하루를 견딘다.
p.46
지치더라도 삶은 계속 되어야 했고,
계속해서 살아가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비록 삶은 지쳐가는 것일지라도.
p. 111
잘해야지 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건,
아니 그렇게 잘 되지 않는 건
세상의 모든 엄마는 천사이고,
자식들은 인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