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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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우리 옛궁이나 초가집, 사찰건축물보다 머리를 뒤로 한참이나 젖혀서 우러러봐야하는 고층건물이 더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가서 둘러봤던 옛 고궁, 사찰들은 그저 지루하고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졌고 크게 눈이 가지않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딱딱하고 삭막한 도시 한가운데 우뚝 서있어 바라보는 이 마저 기죽게만드는 건물보다 자연 속의 그림처럼 편안하게 자리하고 있는 전통건축들이 그리워지고 보고싶어졌다. 독립채 하나하나에도 여러가지 뜻이 담겨있어 신중하게 자리잡고있는 전통가옥, 위계질서로 완성되있는 사찰건축, 간절한 염원을 담은 석탑. 오랜시간동안 자리하고 있는 선인들의 지혜와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아릿한 그리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현업 건축가가 직접 안내하며 여행을 돕는다. 사람이 북적이는 유원지보다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할 수 있는 '느림여행'을 추천하는 저자는 우리의 옛 건축과 더불어 역사, 문화까지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천천히 그녀를 따라가다보면 비슷해보이던 건축물들이 제 각각 개성을 가지고 있는 고유의 건축물이라는 것을 깨닫게된다. 그리고 그 건축물에 담겨있는 역사와 인물은 이 여행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은행나무길로 이어진 다산초당을 떠올리면 11년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정약용이 생각나고 7폭의 풍경을 보여주는 만대루를 바라보면 한번도 본적없는 옛 선조들이 시를 짓고 강론을 펼치고 있는 모습들을 눈 앞에 아른거린다. 따로따로 떨어져있던 건축물에 역사와 문화가 만나니 더 근사한 이야기들이 완성되고 짜맞춰지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두꺼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사실 모르는 분야라 겁이났지만 읽다보니 새로운 것들을 알게되고 설명과 함께 곁들여진 사진들을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느림여행'에 동참하고 싶어졌다. 조만간 꼭 가야지 했던 여행들을 앞당겨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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