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과 우아한 복수

우아한 거짓말 (양장)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4년 2월

이상하게 소설이 영화화된다고하면 원작에 못미치는경우가 더 많아서 그런지 잘 안보게된다. 나중에 티비에서 또 해주면 보게될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볼 생각이 없는 <우아한 거짓말>을 우연히, 다른영화 상영전에 나오는 영상으로 봤는데 원작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던 중 <완득이>작가의 원작임을 알게되고 또 우연히 읽게되었다.  

소설은 엄마와 두 딸이 사는 가정에서 둘째딸이 자살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소 어두운 소재인데 초반부터 세서 멈칫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용은 거북스럽지않았다. 한자리에서 앉아서 다 읽었을 정도로 흡입력도상당하다. 또 가족 중 한사람이 죽은게 맞나 싶을정도로 남아있는 엄마와 '또 다른 딸'은 동생이 없는 삶을 잘 살아가는 것 처럼 보인다. 저 모녀는 참 씩씩하네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게 뭐지 할 무렵에야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은 어쩌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과다르지않는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또 여자라면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동성친구와의 미묘한 감정들을, 반에 한 두명씩은 있었던 그런 친구들, 교실 안 풍경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려내고 있는 작가의 촌철살인의 문장들과 실감나는 대사 하나하나가 와닿았다. 딸의, 동생의 단짝인줄 알았던 아이가 딸이 자살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음을 알게되고 모녀가 대처하는 방식들도 놀라웠다. "내 딸 살려내"하고 울부짖는것이 아니라 제목처럼 '우아하게 복수'를 한다. 특히, 마지막부분의 엄마가 딸을 죽게만들었던 아이의 부모가 하는 중국집에가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과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요, 용서가 가능 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힙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사과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사과, 그거 저 숨을 구멍 슬쩍 파놓고 장난치는 거예요. 나는 사과했어, 그 여자가 안 받았지. 너무 비열하지 않나요?" 

실제 저런 상황에 저렇게 이성적으로, 담담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는데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가정이었다. 하지만, 소설에서 말하고싶은 메시지는 참 날카롭고 단호했고 결말이 단순 뉘우침과 용서로 귀결되지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 김려령 작가의 소설은 <완득이>를 시작으로 <너를 봤어>까지. 그리고 세번째 <우아한 거짓말> 감히, 내가 읽었던 김려령표 소설 중에서는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