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죽이기

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아멜리 노통브의 신간. 그녀의 책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이라는 책을 읽고 3살짜리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신선하고 독특해서 한동안은 여기저기 책선물도 많이했다. 그렇게 팬이되었던 작가라 그런지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고 있었는데 오랜만의 신간이라 정말 반가웠다. 언제나 기발하고 독특한 전개로 눈을 뗄 수 없게만드는 그녀가 이번에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란 남자아이가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성적인 애착을 보인다는 이론으로 그리스 신화 오이디푸스에서 딴 말로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한에서 사용한 용어로 이 책에 빠질 수 없는 소재이다.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친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조는 어머니에게 새로운 남편이 생기자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게된다. 그리고 자신이 관심있는 마술에 대해 배우고싶어 최고의 마술가 노먼에게 간다. 그에게 친아버지에게 받지못한 어렴풋한 부정을 받지만, 조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본적이 없어서 늘 그 사랑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노먼은 그에게 아버지가 되어주고 싶어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뭔가 녹록하지않다.

한국판 휴먼드라마에 익숙해져서 인지 나에게는 두 사람의 훈훈한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자꾸만 어긋나기만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따뜻한 부모의 사랑을 받지못했던 조가 그런 마음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부터가 다소 도발적인 면이 있었고 그답게 내용도 독특했던 소설이었다. 다행이(?)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적인 행동이 나오는 호러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따뜻한 가족애를 다룬 소설도 아니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가족형태랄까. 마지막 결말까지 충격적이고 찜찜해서 그런지 당분간은 잔상이 많이 남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