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 - 터키를 만나면 세상의 절반이 보인다
이호준 지음 / 애플미디어(곽영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터키에 대해 내가 알고있는건 우리나라와 우호국으로 가끔 '형제의 나라'라는 수식어구를 사용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정도. 사실, 지도를 펼치면 어느쪽에 위치하는지도 잘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알게된 이 책은 지중해와 클레오파트라 라는 단어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평소에 여행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인데 가끔은 단순한 정보나열이나 전혀 감흥없는 여행에세이도 있기때문에 반신반의하면서 읽었는데 여행작가이자 기자 출신인 저자가 쓴 책은 꽤 재밌고 또 유익하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그곳의 유적들이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곁들여 어려운 세계사를 간단하지만 재밌게 알아보는 시간이었던 것같다.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고, 세계 문화가 섞여있는 터키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가 맛깔나는 글을쓰는 저자의 문체로 한 때는 로마제국의 중심이었던 터키와 십자군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현대와 과거를 오가며 설명해준다.

 

로마하면 이탈리아 반도만 연상하는 우리에게, 330년에 콘스탄티노플로 수도를 옮긴 후 로마 제국의 중심은 이탈리아가 아닌 지금의 터키였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엉키고 만다. 476년 서로마가 멸망한 게 로마 역사의 종지부라고 기억하는 사람에게, 그 이후에도 동로마가 1,000년간이나 번영을 누렸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다. '비잔티움 제국'이라는 이름의 포장에 싸둔 채 그곳에서 로마의 이름을 탈색시키고 싶은 서양인들의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게 유럽의 한 페이지는 '상실'됐다. p.24

 

물론, 주 목적은(?) 여행에세이기때문에 터키의 아름다운 사진들과 순박한 사람들에 대한 일화에 관한 이야기그리고 사진들은 더 많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반가워하며 '형제의 나라'라고 엄지손가락을 펼쳐드는 상인들과 한국인들은 특별히 패러글라이딩을 저렴하게 탈 수있게 해준다는 광고판, 친해지고 나서 음료값이나 음식값을 받지않는 인정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 또 자동차 한 대가 갑자기 서면 여섯 대가 나란히 서서 무슨일 때문인지 묻는다는 웃지못할 일화들도 터키인들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귀여운 오지랖을 설명해준다. 실제로 저자가 사진을 찍거나 잠시 메모를 할 때마다 다가와 한글도 모르면서 열심히 메모를 들여다보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터키사람들은 호기심도 많고 성격도 급하고 열정적이다. 오지랖은 또 얼마나 넓은지. 현지인 가이드가 그걸 증명하는 이야기를 해주며 웃는다. 차를 몰고 가다가 한가한 도로 옆에 차를 세우면 보통 여섯 대 정도는 연달아 차를 댄단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 뒤에는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차를 세웠는지 잊어버리고 두 세 명씩 모여 수다를 떤단다. p.67

 

보드룸을 시작으로 페티예, 카쉬, 안탈리아, 알란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스탄불까지 저자의 눈길과 발이 닿은 터키의 곳곳을 책으로나마 읽으며 정말 터키로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많은 사람들도, 맛있는 케밥도 옛 시절 그대로 남아있는 유적들까지 모두 내 눈으로 볼 수 있었음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또 형제국이라면서 크게 관심없는 나를 포함한 우리가 미안해지기까지.

 

타국에서 희생한 그들은 그렇게 한국을 잊이 않고 사랑하는데, 피의 은혜를 입은 우리는 과연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진정 고마워하고 있는 걸까? (중략)반대로 터키인들은 한국인이라면 일단 감동할 준비부터 한다. p.155

 

꽤 두꺼운 편이지만 금방 읽히는 신기한 책인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 여행에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저자와 사랑스러운 터키의 이야기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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