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의 증언 - 나는 왜 KBS에서 해임되었나
정연주 지음 / 오마이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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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판결이 선고되자 법정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었는데도 그런 반응이 터져 나왔다. 나의 벗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비상식적인 세상을 살고 있었다. p.210

 

 

 

 

최근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배임 혐의와 관련해 무죄 확정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라는 두 개의 기사가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2008년 정연주 사장이 타의로 해임되었을 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두 사람의 행보가 엇갈리는 것에 언론과 많은 국민들이 주목했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런 시기에 이 책을 읽게되었다.

 

 

 

 

책은 2008년 정권이 바뀌고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전 KBS정연주 사장이 어떤 과정을 통해, 누군가에 의해 강제 해임되었는지를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러나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있었다.

 

 

 

 

2008년 MB정권이 들어서면서 공기업이나 언론사의 사장들이 대거 물갈이에 들어갔고, 그 초기에 KBS정연주 사장도 있었다.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 라는 여론조사의 결과가 있었지만, 적자경영이라는 거짓말을 덮어 언론과 감사원, 검찰은 한통속이 되어 배임죄로 고발하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해임된다. 그리고 그 자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 출신이자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을 찬양했던 기자로 이름을 알리던 김인규 현 사장이 채우게 된다.

 

 

 

 

현재 KBS사장이 누군지도, 그 사건이 어떤식으로 결말을 맺었느지도 사실, 나는 모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뉴스에 나오는 짤막한 부분을 보고 진짜 사건의 배후를 알기란 매우 어렵기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이런 일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나갔고,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보도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주어야 하는 언론이 사회적 흉기로 돌변할 수 있음에 소름끼쳤다.

 

 

 

 

게다가 고등학교 정치시간 때 권력을 감시하는 기관으로 배웠던 감사원이 이런 일을 앞장서서 해결했다는 것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책에서는 자신이 해임되기 까지의 과정만을 서술하는데 더해서 김인규 사장이 부임하고 나서의 과정도 실명을 써서 진술하고 있다. <추적 60분>의 '4대강'편이 결방되고, 외국은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G20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방송을 과다편성하고 그에 반발하는 기자를 정직 4개월과 중징계, 방송인 김제동, 윤도현이 프로그램에서 하차 하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당시에 이런 기사들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노조원들의 격렬한 시위장면만 보이니 '배부르니 저런다'는 소리만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것같다.

 

 

 

 

연예인이든 방송인이든 그 누구든 정치적 입장이 있기 마련이고, 그 입장을 표현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권리이다. 그것은 헌법에 보장된 자유, 양심의 자유인데, 그 자유와 권리를 행사한다고 보복을 가하는 것은 하나의 사상, 하나의 정치이념만을 요구하는 전체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p.37

 

 

 

 

현재도 레임덕의 영향과 비리들이 하루하루 터져나오고 있어 정치적인 문제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복잡한 정치적인 이야기보다는 어제 보았던 TV프로그램의 배우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라도 국민이 등한시한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중잣대를 들이대어 권력에 복종하는 언론이 존재하는 한다는 사실에 가슴아팠다.책은 한편의 권력기관의 음모에 관련된 영화같았다. 다른 점은 이 책은 팩트라는 점과 그럴듯한 통쾌한 결말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합니다. 어둠이 하늘과 땅을 덮을 수는 있습니다. 유산독재 때 그랬고, 5공 암흑시절이 그랬습니다. 그러나 한 줌 햇살이 비치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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