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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은 외국인 1 ㅣ 달링은 외국인 1
오구리 사오리 글 그림,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달링은 외국인>은 일본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이기도 했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있는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벤트를 신청할 때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커플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라고만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전체적인 내용은 서로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식성과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며 생기는 문화적 차이, 성격의 차이를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어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 로맨스 영화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사람과 결혼하면 늘 영화처럼 낭만적인 생활을 하게 될거라는 착각을 한다. 이러한 착각을 작가 사오리는 무차별적(?)으로 깨주고 있다. 세계화시대가 되며 다른 국적을 가진 커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길거리에서 그런 커플을 봐도 예전처럼 신기하게 보는 사람은 없지만 아직까지 다른 나라 사람과의 결혼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소재인것 같다.
일본에서 태어나 영어를 잘 못하는 만화가 사오리와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저널리스트와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어를 잘 하는 토니가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 일본인 특유의 겸손에서 비롯된 자기 자신을 낮추어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토니, 만들어져 파는 도시락을 좋아하는 사오리와 식은 도시락을 좋아하지않는 토니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문화적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인은 겸손한 표현으로 자신이나 자기 자식에 대해 낮추어 말하기를 일반적으로 쓰는 반면, 미국인인 토니는 자기 자신에 대해 낮추어야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또, 도시락 문화는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소풍을 가면 어머니가 아침부터 정성스럽게 싸주시는 도시락에 대한 로망같은 게 있어서 식은 도시락도 좋아하는 사오리와 달리 어려서부터 주식이 빵이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만드는 도시락에 대해 추억이 없는 토니와의 식성차이가 그렇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공감을 자아낸다.
반면에 물건정리나 집중하고 있을 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못 듣는 토니와의 갈등은 문화적 차이라기보다 남녀의 차이 혹은 성격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도 한다. 몇 십년동안 서로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살아가는데는 처음에는 당연히 갈등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서로 다름으로 인정하고 맞추어가느냐와 서로에게 맞추기를 강요하느냐에 따라 진짜 갈등이 되고 웃고 넘어가는 에피소드가 되느냐가 결정되는 것 같다.
중간중간에 두 커플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도 나오긴 하지만 꽤 진지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가벼운 만화를 생각하고 보면 사실, 지루한 부분이 있으며 일본인인 만화가가 생각을 담고있는 책이라 나와의 문화적 차이도 있어 공감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꼭 외국인인데만 주목되지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만남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저자의 생각에는 무한 공감한다.
'상대가 외국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주위에선 동요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라'가 아니라 '사람됨'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