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인문학

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구입한 책이 빌린 책보다 좋은 점은 기한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구입하기 전까지 고민을 조금 했다. 한국사 고급을 준비할 때, EBS 강의를 들었기 때문에 친숙한 저자이긴했지만 역사서가 아니라 인문학 책이라고 하길래 빤한 내용의 자기계발서같은게 아닐까 오해했었다. 그래도 그때 강의를 너무 재밌게 들었고 도움을 많이 받아서 읽게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역사는 실용성과는 많이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고, 지나간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게 지금 나의 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 수있을까 생각했던 건 사실이다. 생활 환경도 달라졌고 그때의 관습이나 상황들이 지금과는 너무 다르니까. 이 책은 이런 의문들을 논리적으로 반박해준다. 책은 인문학서이지만 역사 강사가 쓴 책이라 역사 + 인문학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더 유익했다. 내가 알고 있었던 인물에대해 깊이 있게 알게되고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인물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역사파트에서 가장 어렵고 그냥 넘어가고 싶었던 부분이 독립운동사였다. 그런데 이 단락을 읽고나니 정말 부끄러워졌다.

누가 뭘 결성하고, 어느 단체가 생겼다가 없어지고, 또 다른 단체랑 합치고...... 학생들에게는 정말 고난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만약 일제 강점기에 외울 게 없다면 그 역사는 어떤 역사입니까? 고작 몇 개의 단체와 몇몇 사람의 이름만 존재한다면 말이죠. 그런 역사는 비겁의 역사입니다. 우리 후손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한 굴욕의 역사인 것이죠. 외우기 힘들 만큼 수많은 단체와 수많은 독립투사가 있기에 우리 근현대사는 살아 있는 것입니다.(중략) 

독립투쟁단체들의 이동 경로를 외우려 하지 말고 한번 머릿속에 그려봅시다. 그들은 수천 킬로미터를 움직였습니다. 낮에 다녔을까요? 아닙니다. 일본군을 피하기 위해서 밤에 다녔을 거예요. 평지로 편하게 다녔을까요? 아닐 겁니다. 역시 일본군을 피하기 위해 험한 산을 행군했을 겁니다. 만주가 얼마나 추운 곳입니까? 그 추운 땅에서 칼바람을 맞으면서 다닌 그 길이 화살표로 그려져 있는 거예요, 우리는 그 화살표를 그냥 화살표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그들의 발자국을 봐야 합니다. 그 속에 숨겨져 있는건 그들의 꿈입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꿈이에요. 다음 세대에게는 식민지 조국을 남겨주지 않겠노라는 결심을 품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갔던 것입니다.(P.221-222)

    

가까이서 점묘화를 바라보면 몽롱하게 보이지만 한 걸음 뒤로 가서 보면 명확한 그림으로 다가온다. 비슷하게 우리는 큰 역사의 줄기에 속해있는 인물과 그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저자의 명쾌한 강의체는 책의 가독성을 높인다. 패를 보여주지 않고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서희의 외교술과 최근 우리나라가 일본이 후쿠시마 수출 규제로 제기한 WTO에서 2심 승소한 사례, 신분의 한계가 있는 골품제 사회인 통일신라에서 평민으로 만족하지않고 바다를 건너 자신의 삶을 개척한 장보고, 많은 기득권들의 반발에도 백성들을 위해 대동법을 밀어부친 김육을 보면서 우리는 역사 속의 인물들의 삶 속에서 내가 가고자 할 방향과 목표를 되새긴다. 

가장 좋은 점은 읽기 쉽다. 학생들부터 성인까지 두루두루 읽으면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유익한 인문학서다. 소장하기도 선물하기도 좋은 책이라 마구 추천하고싶다!

역사를 공부하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맥락이 잡힙니다. 역사에서 인간의 자유는 늘 이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예요. 역사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 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문제란 별로 없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의 움직임도 알고 보면 역사에서 그 문제의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좀 더 폭넓게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죠.(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