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하재영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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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에세이라기보다 논픽션에 가깝다. 르포형식이라 작가의 경험에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이라 인터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의 대략적인 구성은 작가가 동물권에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던 반려견 피피를 시작으로 우리사회가 인위적으로 분류해 놓은 개들에 관한 내용이다. 번식장과 경매장의 개, 보호소의 개, 개농장과 도살장의 개. 이 세 가지 소재가 이 책의 큰 줄기가 된다. 


한 권을 보름 가까이 붙잡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읽은 책인데 중간에 일주일 대출 연기를 했고, 그마저 다음주 반납일이라 어쩔 수 없이 남은 구간을 끝까지 읽었는데 내내 괴로웠다. 감정에 호소하는 글이 아닌 담담한 문체였음에도 불편했고 외면하고 싶었다. 책에서 그랬듯 우리의 삶은 동물들의 고통으로 이루어져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입는 오리털 패딩이 그렇고, 들고다니는 가죽가방이 그렇다. 가볍게 때우는 샌드위치 속 베이컨, 시리얼을 말아먹는 우유까지. 어느 것 하나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얻어낸 것이 아닌 것이 있을까.


작가는 직접 취재했던 내용을 말하기도 하지만 실제 그 곳에서 개들과 직접 마주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글로 전달한다. 동물보호단체 활동가, 애견미용학원에서 실습으로 번식장 개를 미용시켰던 애견미용사, 번식업자로 시작했다가 보호소로 전업한 보호단체 대표, 시보호소 소장, 개농장 주인, 개 도살에 관한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던 사진기자 등 그래서 단순히 '~그랬다더라'가 아닌 한국의 개 산업의 실태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번식장과 경매장의 개, 보호소의 개, 개농장과 도살장의 개다.


몇 년전 비인도적으로 사육되는 번식장의 개들이 티비에 나와 화제가 되었다. 그 곳은 애견샵이나 동물병원에서 팔리는 새끼강아지들의 어미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어미개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일년에 2-3번씩 끊임없이 새끼를 낳는다. 출산한지 한 달이 넘으면 새끼들을 빼앗기고 다시 새끼 낳을 준비를 한다. 새끼 강아지는 한달이 갓 지나 경매장으로 가고 중간판매업자들에게 팔려 애견샵에 전시된다. 이것만으로도 충격적이었지만 사실 방송에서는 거기까지였다. 책에서는 방송에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내용보다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팔리지않는 새끼강아지들과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하는 어미견들은 어디로 갈까. 판매되지않는 새끼 강아지들은 다시 번식장으로 돌아와 암컷이면 모견처럼 새끼낳는 기계가 되고 수컷이면 종견이 된다. 8년, 9년 더 이상 번식하지 못하는 어미견, 생식을 못하는 종견, 늙은 개, 병든 개는 다시 경매장으로 간다. 이러한 폐견들은 한 상자에 넣어져 통째로 판매된다. 그리고 개장수는 이들을 한 상자에 7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낙찰받는다. 그들의 손에 소형견은 개소주로 중대형견은 개고기집으로 팔려간다. 


개들이 번식장으로 흘러오는 경로는 다양하다. 번식장에서 태어나 펫숍으로 갔지만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해 되돌아온 강아지, 팔려가긴 했으나 버림받고 길거리를 헤매던 개, 혹은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다가 보호자의 사정으로 온라인이나 벼룩시장을 통해 무료 분양된 개가 이곳으로 흘러온다. 보호자가 없고 품종견이고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그 개는 언제든 번식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p.64)


제왕절개로 새끼를 빼고 나면 장기를 배열에 맞춰서 원위치에 넣어야 하잖아.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의사가 아니니까 위치를 제대로 모르기도 하고 대충 욱여넣어.(...) 이따위 야매 수술로 출산한 애들이 몸 상태가 어떻겠어. 비위생적인 곳에서 장기를 꺼냈다 넣었으니까 몸 안에서 염증이 곰팡이마냥 자라지, 후처치도 제대로 안 하니 여기저기 썩고 곪고 난리지. (중략) 그러다 얘들 몸에 이만한 종양이 생기고 생식능력이 떨어지면 경매장에 데려가서 마지막으로 팔아먹어. 그걸 또 사람들은 개고기로 개소주로 먹지. (p.94)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을 보낸다고 알고있는 유기견 보호소의 개들은 좀 낫지않을까. 최근 케어에서 개체수를 감당할 수없다며 개들을 몰래 안락사를 시켜 죽였다는 사실이 밝혀진게 문제가되서 그렇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통상적으로 유기견보호소라면 말그대로 유기견을 보호하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곳으로 알고있을 것 이다. 나 역시 사설보호소보다 시보호소라면 안락사를 하지만, 덜 열악할 것이며 국가의 관리하에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동물들을 보호한다고 믿고있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실태를 보면 보호소의 개들의 상황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유기된 동물이 살아서 보호소를 나갈 확률은 50퍼센트 정도다. 20퍼센트는 안락사, 22.7퍼센트는 자연사라고 한다. 그런데 자연사라함은 자연스럽게 죽는게 아닌 교통사고나 급성질환으로 고통스러운 동물을 죽을 때 까지 방치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일부 보호소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 이유는 보조금에 있다. (유기동물이 공고 기간 10일이 끝나기 전에 원 소유자에게 돌아가거나 폐사하면 실제 보호 기간에 대한 보조금만 지급한다고 한다.)  


마지막 식용개, 한여름 복날이 다가오면 해마다 이슈가 되는 발화성이 높은 주제. 그래서 이 책에서 이 문제에대해 어떻게 풀어갈 것 인지가 궁금했다. 단순히 "개는 인간의 친구, 사랑하는 가족"이라 개를 먹지말자는 주장은 반려견을 키우거나 개식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통할 수있는 말일지 몰라도 반대의견을 설득할 수있는 논리는 되지않는다고 생각했다. 감정에 치우쳐서 오히려 반발의 빌미가 될 수 있기때문이다. 책에서 처럼 나도 우리집 강아지를 키웠던 초반에는 이런 반대시위나 의견들에대해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나는 먹지않지만 반대하지는 않는다." 


나는 한가지 종에 대해, 그것도 개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편협해질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개의 분열된 위치가 만들어내는 여러 서사 때문이었다. 개가 반려동물로서 확고한 지위를 가진 곳에서는 개의 동물권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개는 가장 나은 처지인 반려동물이 최악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식용동물이다. 동종의 동물을 가족이자 음식으로 바라보는 상반된 관점이 대립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우리가 어디까지 연민을 학장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싶었다.(p,53)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감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개고기를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지않는다. 식용이라 불려지는 실제 개들의 키워지는 모습, 유통 과정, 도축되기까지의 사실을 낱낱이 보여준다. 개농장에서는 개들에게 물을 한모금도 주지않는다. 짬밥이라 불리는 음식물찌꺼기에는 사람의 타액, 담배꽁초, 병뚜껑 등이 그대로 들어있고 한여름이면 구더기가 득실득실하다. 그런 것들을 끓이거나 항생제를 섞어 개들에게 급여한다. 제일 싸구려 사료를 급여하면 편할텐데 굳이 그런 수고를 하는 이유는? 가장 저급사료라해도 사료를 급여하면 수지타산이 맞지않기때문이다. 키우는 것만 허용될 뿐 도살, 유통, 판매는 허용되지않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포함되지 않는 동물인 개. 소나 돼지, 닭처럼 최소한의 키우는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질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염려가 있는 동물들에대해 정부는 위생검사를 실시하지만 개에 대해서는 위생검사를 실시하지않는다. 개는 현행법상 식품이 아니기때문에. 그래서 개 농장에서는 음식물이라기보다 쓰레기에 가까운 짬밥을 개에게 급여할 수있고 피부병에 걸리고 심장사상충에 걸려 심장에 벌레가 득실한 개들도 토치로 태워 개고기로 유통할 수 있다.(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은 저자가 닭, 돼지, 개 농장에서 실제 농장 노동자로 일했던 경험담인데 개농장에서는 학교나 예식장 등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다가 섞어서 개들에게 주는 내용이 나온다. 악취가 나는 걸쭉한 주황색 액체의 짬밥은 시간이 지나면 곰팡이가 피어 회색으로 변한다. 그것을 개들에게 주고 현여름이라해도 물 한모금 주지않는다. ) 

 


동물자유연대와 건국대학교 수의대가 전국 12개 지역의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총 93개의 개고기 표본으로 실시한 검사다. 결과를 보면 전체 93개 중 61개에서 8종의 항생제가 검출되었다. 항생제 잔류치는 축산물 기관에서 검사를 받는 소, 돼지, 닭보다 96배나 높았고 검출 빈도는 최대 496배나 높았다.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도 심각했다. 대장균을 비롯해 요로감염, 방광염 등의 원인균인 프로테우스 불가리스, 패혈증을 일으키는 연쇄 상구균 등 다양한 세균이 표본에서 검출되었다.(p.201)


그렇다면 일각에서는 돼지,소처럼 개식용을 합법화하면 되지않느냐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현대의 비인도적인 축산업에 한 가지 동물을 더 추가하자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었던 광우병과 구제역, 가장 최근의 큰 문제가 되었던 살충제 계란도 근본적인 원인은 밀집 사육시스템인 공장식 축산이다. 닭들은 원래 몸에 붙은 진드기나 기생충 등을 흙목욕을 하면서 털어낸다. 그러나 A4용지 반만한 게이지안에서 땅 한번 밟지 못하고 사는 닭들에게 흙목욕은 커녕 날개짓 한번 하기 힘들다. 누군가가 왜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 될 정도로 많이 뿌리냐는 말에 실제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 곳에서 살충제를 안뿌리냐' 되물었던 장면이 생각난다. 현재 농장동물의 삶 또한 끔찍하고 비참하다. 개식용의 합법화는 이런 농장동물의 고통을 기준으로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모든 동물들의 상향평준화된 평등을 제시하는 것이 하향평준회된 평등을 전제하는 것 보다는 바람직하지 않을까. 나는 개식용의 문제가 개만으로 한정되어 보이지만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다른 동물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적인 측면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농장동물들은 생명으로서 최소한의 배려도 받고 있지 못하다. (...) 지금도 어떤 개농장에서는 개들이 서로에게 상처 입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생니를 뽑는다. 개들이 짖지 못하게 하려고 (성대 제거 수술은 수의사와 전문장비 없이 어려우므로) 불에 달군 쇠꼬챙이를 귀에 쑤셔넣어 고막을 뚫어버린다. 이 같은 신체 훼손은 법제화 이후에 더 체계화 될 것이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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