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고조선 역사
박경순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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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고조선 역사>와 <새로 쓰는 고구려 역사>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출신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가 뒤늦게 역사학도로 되돌아온 분이 썼다.

고조선과 고구려에 관해서는 위치상 북한이 실체에 접근하기가 쉽고, 그에 따라 연구성과가 상당한데도 대학을 중심으로 한 남한 강단사학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역사학에도 삼팔선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남한 내부는 또 강단사학과 민족사학(재야사학)으로 나뉘어 서로 친일사학이니 유사사학이니 공격하면서 눈흘기고 있으니 역사는 하나인데 바라보는 관점은 최소 세 개인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민족사학도인 저자가 북한의 연구성과를 받아들여 책을 쓴 점은 다양한 역사 관점을 수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의미있게 다가온다.

<새로 쓰는 고조선 역사>는 우리땅에서 백만년에 빛나는 유구한 선사시대를 이어받은 고대 노예제 국가가 고조선이고, 한반도가 고대문명의 발상지였으며, 중원보다 앞선 청동기와 철기 기술을 가졌던 고조선이 동아시아 최초의 국가였음을 논증한다. 고조선 평양중심설은 강단사학표 교과서로 공부한 우리에게는 생소하게 들리지만 해방 이후 발견된 수많은 유물을 앞세워서 설명하니 흥미롭다.

<새로 쓰는 고구려 역사>는 고구려가 노예제 사회에서 봉건 시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고조선의 후국 중 하나로 보는 점이 신선하고, 건국 시기를 구려 역사를 포함해서 BC 3세기로 명확히 밝힌 점이 눈에 띈다. 옛 조선의 영역을 되찾고(다물),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루려던(평양천도) 고구려의 기상이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서술한 점도 강렬하다. 고조선도 그렇고 고구려도 유적유물이 많은 곳이 북한이라 주장에 실린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유심히 살펴서 얻을 것은 얻고 버릴 것은 버리는 자세로 보면 좋을 듯하다.

이 책들과 더불어 이기훈의 <동이한국사>를 같이 읽었는데 둘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부여는 고조선 예족 국가로 상나라에서 온 맥계 기자조선 세력이 요서, 만주를 차지하자(북부여) 만주동부로 밀려가 동부여, 왜(예)가 된다. (동이한국사)
•부여는 고대노예제 사회에서 봉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여러 후국 가운데 하나다. (새로 쓰는 고조선 역사)
어떤 요소를 중심에 놓고 보았느냐에 차이가 있는데, 둘 다 어느 정도는 진실을 담고 있는 듯하다.

상고사, 고대사는 파면 팔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두 책(참고로 책들은 조선상고사와 맥이 통한다!)을 보니 사막 한가운데에서 물 한모금 마시는 기분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고대사 탐색은 이제 시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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