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는 기이하고 기묘한 것들의 행적을 9가지 단편으로 묶어낸 단편집입니다. 전작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에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기대와 호기심을 지니고 집어들었습니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공포스럽다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어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명 공포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다지 무섭다는 인상을 남기지는 않고 한편의 잘 지어진 이야기뿐인 마냥 다가오기 때문이죠. 그도 그럴 것이 저는 달밤에 읽으면 좋을 '귀신이 무서운 이야기'를 기대했었거든요. 그런데 괴이 속에서는 귀신보다도 인간의 원한이 더 무섭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의 원인은 인간의 사악한 마음이고 그것에서 귀신이 탄생한 것이라고 하거든요. 인간의 더러운 마음을 흡수하고 그것을 비추어내는 귀신도 나오고 죽지도 못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귀신도, 인간을 지켜주는 호박신도 나옵니다.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이라고 말하기엔 귀엽지요. 그런 초자연적이라는 불가사의함과 소소한 일상에 얽혀 있는 귀신의 미묘한 어울림이 읽는사람을 즐겁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공포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아쉽지요. 뭐, 등골을 서늘하게까지는 만들지 못할지도 모르나 지금 같이 가을로 변하기 직전의 계절에는 한줄기 바람처럼 시원하게 해줄지도 모릅니다. '이불방'이라는 단편만은 밤에 읽다가 무서워져서 내려놓았지만, 사실 그것도 참 따뜻한 이야깁니다. 동생에게 닥친 위험을 막아주는 언니 유령의 이야기니까요. 동생을 위협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 어찌나 소름돋던지 더는 읽을 수 없어서 결국 다음날 읽었는데, 왜 무서워했는지 영문을 모르겠더군요. 달밤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상한 힘을 지녔나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까지 의미를 부여해주니까요. 한밤에 공포소설이나 만화, 영화가 제격인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겁니다. 단편으로서의 구성도는 꽤 높은 편이라 정말 만족스러운 독서였지만 익숙치 않은 지명들과 가게이름, 그리고 사람들의 정보를 습득하는 단계인 첫부분을 넘어가기가 꽤나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단편마다 나오는 이름이 그 이름같으니 더욱 헷갈렸죠. 심지어 같은 이름을 사용한 것도 있어서 앞 장으로 넘겨서 다시 확인했습니다만 그 둘은 동일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단편마다 새로운 이름을 창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지만 조금은 아쉽더군요. 그래도 나막신을 신고 뛰어다니는 장인들과 하녀들. 직업 소개소에서 이쪽으로 가라고 말하는 아저씨들이 생생하게 눈 앞을 뛰어다니니 그정도 단점쯤이야 쉽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백골단보다 무섭지는 않지만 달밤에 읽으면 정말로 좋은 이야기들의 향연들. 미미여사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