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왕
니콜라이 바이코프 지음, 김소라 옮김, 서경식 발문 / 아모르문디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위대한 왕 - 니콜라이 파이코프


[만주의 밀림을 호령한 한국 호랑이의 일생]
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표지 전체에 호랑이의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 울렁거리기 시작했

다. 민족적인 감성이 풍부한 우리 민족의 일원이라서 그런가,, 위대한 왕(大王)이라 불렸던 한국

호랑이를 따라가는 일은 술렁이는 마음으로 즐거웠다.

타이가의 깊은 숲 속에서 암호랑이 한 마리가 아기호랑이 둘을 낳았다. 하나는 수컷, 하나는 암컷.

남매를 깊은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어미호랑이는 둘을 조심스럽게 키운다. 호랑이임에도 있

을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깊은 숲의 동굴로 둥지를 옮기면서까지..
어미호랑이의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 둘 남매는 쑥쑥 잘 자란다. 호랑이

로서의 품위도 배워가며,, 사냥하는 법도 배우며,, 자연의 섭리일까, 홀로 살아가야하는 호랑이의

습성 때문일까 이들은 남매였으며 부모와 자식의 연이었음에도 따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이 중

수컷 아기호랑이가 이 책의 주인공인 위대한 왕이다. 자연이 부르는대로 이 지역으로 왔다가 저 지

역으로 갔다가,,하나씩 배워가며 더 튼튼하고 더 위대한 왕으로서 성숙하게 된다. 현대화의 물결은

어느 지역 하나도 빠짐없이 스며들게 되는데 그건 타이가 지역도 마찬가지다. 총을 든 외국인들이

들어오고 그들의 언어로 시끄럽게 떠들고, 철도를 만들어 동물의 눈에 비춰봤을 때 용같은 열차도

달리게 된다. 그것이 인간에게는 좋은 현대화 산물일지라도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수

많은 동물에게는 그야말로 목숨을 위협받는 삶의 터전을 잃는 결과가 됨을.. 모르지 않았음에

도.... 난 인간이기 때문일까. 애써 외면했던 것 같다.
책의 끝부분으로 가면서 점점 더 절망적으로 상황이 급변한다. 총을 든 이들은 자신들만으로 부족

해 전문 사냥꾼들을 불러들이고 이들의 조직적인 사냥기술엔 위대한 왕이라 하더라도 속수무책. 총

한방에 삶을 마감하게 되는 한국호랑이의 삶이 가슴아파온다. 모든 이들을 떨게 만들고 모든 동물

을 숨죽이게 했던 신적인 존재로까지 추앙받던 '위대한 왕'의 끝이 그토록 허무하다니.. 말도 안된

다.

사람임이 미안하게 만드는 책의 결말앞에서 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아쉬웠고 다만 미안했다. 아직도 타이가의 숲 깊은 곳에선 위대한 왕의 뿌리가 숨 쉬고 있지

않을까..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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