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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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게 된 계기는 우연에 의해서이다. 읽고자 하는 책 후보에도 없던 책인데, '장미의 이름'의 광신적인 추천에 힘입어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장미의 이름'은 기본적인 형태는 수도원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이다. 초반부 윌리엄 수도사가 그의 추리력을 뽐내는 장면은 '셜록홈즈'를 떠올리게 했고, 에코가 중세기의 추리소설의 원형을 투입시킨 것은 기호학자로서 그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윌리엄은 셜록 홈즈의 면모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의 면모도 보인다. 나에게 있어서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중세기로 간 셜록홈즈의 추리 쇼로 말하는 것은 너무나 평가절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리소설은 그 형태일 뿐, 이 책의 본질은 역사, 신학, 철학을 넘어 진리까지 내보이고 있다.

소설의 초반부에서 나는 살해 방식을 밝혀내고 말았다. 내가 추리해낸 것은 아니고, 오래전 책 페이지 끝에다가 독을 발라서, 페이지를 넘기고 침을 바르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독살당하는 살해 방식이 나오는 소설이 있다는 것을 들었고, '장미의 이름'의 초반부에서 이 책이 그 책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에서는 본래 살해 방식이 클라이맥스라 이것을 진작에 밝혀낸 나의 통찰력에 짐짓 유감을 표했으나, 결론적으로 살해 방식을 알고 읽어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장미의 이름'은 악명 높은 에코의 책답게 상당한 배경지식을 요구한다. 중세 역사,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대립, 가톨릭 교리 등 14세기의 대략적인 시대 배경을 모르고 읽기에는 놓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나도 중세 역사와 신학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이 책은 중세기 무수한 이단들의 교리까지 나오는 수준이었다. 흡사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초기 기독교 이단들을 열거하는 것을 읽는 데자뷔를 느꼈다. 그래서 처음에는 윌리엄과 아드소가 그러했듯 어두운 장서관에서 길을 찾은 기분이 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명쾌해진다. 아마 이것도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나 싶다. 심지어 다 읽고 나서는, 아마 이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들은 다 느끼는 바였겠지만, '나 정도의 지적능력과 지식수준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못 읽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연히 든다. 그 생각은 지적 우월감과 허영을 마음껏 채워주니 혹시 지적 우월감과 허영심을 채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강력하나 쾌락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장미의 이름'은 에코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쓴 것이 아니냐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다. 웃음의 관한 논쟁을 초반부에 넣고, 중반부에는 청빈에 관한 논쟁,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웃음에 관한 논쟁으로 귀결되는 서사는 기가 막히다는 표현으로 부족할 지경이다.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실존인물이 많다. 단순히 이름만 따온 것이 아니라 사람의 특징을 역사를 바탕으로 잘 살린 것 같다. 베르나르 기가 이단 심문관의 역할을 할 때에는 당대에 정말 그랬으리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시대적 배경이 중세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은 모두 종교적 인간들이다. 웃음에 관한 논쟁도 결국 그리스도는 웃었냐 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고, 청빈에 관한 논쟁은 결국 그리스도는 청빈했냐 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전자는 수도사들 사이의 논쟁에서 그치지만 후자는 당대 빅이슈였기 때문에 교황 측과 황제 측으로 나뉘어 정치적으로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이다. 현존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론이고 아마 희극론도 있었으리라 추측하는데, 여기서 그 희극론이 나온다. 내가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따라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최종적으로 겨우?라는 감상이 들었다. 호르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만 없으면 기독교 세계가 유지될 것이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이 세상으로 나가면 기독교 세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우스운 생각인가, 겨우 책 한 권으로 세계가 유지되거나 파괴되다니 말이다. 윌리엄은 호르헤에게서 적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았다고 말한다. 적그리스도란 의심 없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소설의 후반부는 무척 흥미로워 밤새 책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다 읽고 나서 든 경이로움, 지적 쾌감은 대단했으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일 거 같다. 세상사 우스꽝스럽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짐짓 근엄한 척 하지만 웃음 한바탕이면 다 무너질 것들이다. 내가 한바탕 웃음으로 그것들을 다 허물어버리고 다시 웃음으로 다시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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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중용 - 수양과 덕치의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증자.자사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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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삼경이라 하면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시경, 서경, 주역이다. 듣기로 중국에서는 십삼경, 오경박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사서삼경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과거시험 과목을 묶어 부르는 게 습관화되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사서를 정립한 것이 주희이고 조선시대 과거는 당연히 주자학 위주였으므로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 '논어'는 고등학교 시절 독서시간이 따로 있었는데 그 당시에 읽어본 기억이 난다. '맹자'는 예과 1학년 시절 과목이어서 달달 외웠던 기억도 나는데, 막상 지금 기억나는 것은 양혜왕 밖에 없으니 웃픈 일이다. '대학'은 제왕학 도서로 특히 '대학연의'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대학'의 親民을 주희가 新民으로 고쳤는데, 그에 대한 논설이 비문학 지문으로 모의고사였던가 수능 기출이었던가, 아무튼 출제되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사서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같아도 그 문장들 중 지금도 사용하는 문장들이 무척 많다. 읽어보면 익숙한 문장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사실 '대학'까지 읽을 생각은 없었다. 다만 '중용'이 과거에서 제일 어려운 과목으로 쳐줬다길래 호승심에 한 번 읽어보려 했는데, '중용'을 따로 팔지 않고 '대학'과 묶어서 팔기에 그냥 구매했다. 사서는 읽는 순서가 있다. 주희가 말하길, "사람은 먼저 대학을 읽어서 그 규모를 정하고, 다음에 논어를 읽어서 그 근본을 세우며, 다음에 맹자를 읽어서 그 드러내고 뛰어넘는 바를 관찰하고, 다음에 중용을 읽어서 옛사람의 미묘한 부분을 구하라" 이 대학-논어-맹자-중용 순서는 철칙처럼 내려와 율곡도 '격몽요결'에서 이 순서로 사서를 읽을 것을 권했다. 첨언하자면 '대학'과 '중용'은 원래 '예기'의 편인 것을 주자가 편집한 것으로 '논어'와 '맹자'에 비해 양이 적다. 생각보다 적어서 후루룩 읽을 수 있다. 물론 후루룩 읽게 되면 남는 것은 얼마 없는 거 같다.



性에 관한 '중용' 첫 구절이 익숙했는데, 사상의학 서론 시간에 본 기억이 나서 반갑기도 했다. 동양에서는 '술이부작'이라는 철칙 아닌 철칙이 있기 때문에 '대학'과 '중용'도 모두 인용이 몹시 많다. '시경'을 제일 많이 인용하고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씀도 많이 인용한다. '대학'과 '중용'에서 공통적으로 홀로 있음을 삼가라고 한다. '愼獨'이라는 용어로 표현되는데 이게 정말로 한시도 혼자 있지 않는 슈퍼 인싸가 되라는 말은 물론 아니고 사람이 혼자 있으면 풀어지고 천성을 거스르는 악한 마음이 발하니 혼자 있어도 하늘이 보고 있음을 기억하고 삼가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주석에도 반가운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다. 주희를 비롯하여 정약용도 단골로 등장하고, 송시열도 간혹 등장한다. '대학'은 치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본래 읽을 요량도 아니었으니 '중용' 이야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한다. '중용'을 읽고 나서 두 가지가 머리에 남는데, 性과 誠이다. 유가에서는 사람이 본디 받은 천성이 선하다고 본다. 다만 둘째 마음, 惡을 파훼해보면 버금 아와 마음 심이 합쳐진 글자이다. 즉 우리 원래 마음은 선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고 나타나는 둘째 마음이 惡 그 자체라는 의미이다. 나는 악이 발하지 않고 천성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誠, 성실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용'의 이치는 이보다 더 깊고 내가 상당히 비약한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성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기도 했다. 학창 시절에는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었다. 온몸과 온 마음을 다해 성실하려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성실'을 잊고 산 거 같다. 오랜만에 '성실'이라는 옛 친구를 만난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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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2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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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총사라는 소설은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아마 어렸을 적 어린이용으로 읽었을 거 같다. 마찬가지로 동 작가의 몬테크레스토 백작도 어린 시절 읽은 기억은 나나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삼총사를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 계기는 최근에 무척 재밌게 본 영화 '장고 분노의 추격자'에서 나름 중요하게 등장하고 역시나 최근에 무척 재밌게 본 드라마 '너의 모든 것'에서도 흥미롭게 등장하였다. 최근에 본 두 가지 창작물에서 모두 삼총사를 나에게 권하니 내가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나는 삼총사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몹시 끌렸던 저 문장,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사실 이 문장에 가슴 벅차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고전 소설을 읽을 때 맞닥뜨리는 장벽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치관 차이를 뽑는다. 그 당시 사람들은 당연스럽게 여기는 것들이 지금에 와서는 갸우뚱 거리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경지식 부분에서도 이 당시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이게 뭐지 하고 이해가 힘든 부분이 많이 있다. '삼총사'에서도 조금의 모욕만 받아도 목숨을 걸고 결투를 한다던지, 살생을 예사로 여긴다던지, 신분에 따른 대우 등 현대인들이 읽기에는 갸우뚱하는 대목들이 많이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고전을 퍽 사랑하는 나는 오히려 이런 부분 때문에 고전을 사랑한다. 현대인들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 지금으로 보면 맛이 간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내게는 너무 재밌게 느껴진다. '삼총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달타냥,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가 행하는 현대인이 보기에는 미친 행동들이 너무나 재밌었다. 


'삼총사'는 21년 말부터 22년 초까지 읽었는데, 22년도 올해 읽은 책중에는 최고인 거 같다. 물론 올해 읽은 책은 아직 '삼총사' 밖에 없기는 하지만 상당 기간 '삼총사'가 왕좌를 지킬 것이다. 기대보다 훨씬 재밌었던 책이었고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미 친구들에게 '삼총사'의 대목들을 소개하며 추천하는 중이다. 리슐리외 추기경이 악당으로 나오고 버킹엄 공작이 호의적으로 그러져 상당한 역사왜곡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많이들 이야기해서 그 부분도 염두에 두고 봤으나 약간은? 그런 묘사가 있긴 하지만 버킹엄 공작은 여전히 멍청해 보이고 리슐리외 추기경은 악역을 맡고 있음에도 품위가 느껴졌다. 사실 그가 하는 일이 모두 프랑스 국익을 위해서라는 점은 소설에서도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 공작과의 불륜이 들킬까 염려하는 외국 출신 왕비를 돕는 달타냥과 삼총사가 부정적으로 보이냐? 백 마디 말이 무슨 필요일까, 한 번 읽어보시라, 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뒤마는 당시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지금도 이렇게 재밌는데,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겠다. 달타냥과 삼총사의 캐릭터성도 뛰어나다. 한 명 한 명 모두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거 같고 그런 캐릭터성이 모여서 이루는 시너지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려준다. 읽다 보면 정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많이 등장한다. '삼총사'가 왜 그리 오랫동안 사랑을 많이 받았고 2차 창작물로 제작이 되었는지 짐작이 간다. 보고 나면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진다. 사실 '삼총사'에서 제일 유명한 문장이 자주 등장하지도 않고 한번? 정도 등장했던 거 같다. 그럼에도 후대에 걸쳐 인상 깊었다는 것이 그 문장의 힘을 반증하는 거 같다. 그 유명한 문장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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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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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총사라는 소설은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아마 어렸을 적 어린이용으로 읽었을 거 같다. 마찬가지로 동 작가의 몬테크레스토 백작도 어린 시절 읽은 기억은 나나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삼총사를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 계기는 최근에 무척 재밌게 본 영화 '장고 분노의 추격자'에서 나름 중요하게 등장하고 역시나 최근에 무척 재밌게 본 드라마 '너의 모든 것'에서도 흥미롭게 등장하였다. 최근에 본 두 가지 창작물에서 모두 삼총사를 나에게 권하니 내가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나는 삼총사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몹시 끌렸던 저 문장,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사실 이 문장에 가슴 벅차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고전 소설을 읽을 때 맞닥뜨리는 장벽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치관 차이를 뽑는다. 그 당시 사람들은 당연스럽게 여기는 것들이 지금에 와서는 갸우뚱 거리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경지식 부분에서도 이 당시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이게 뭐지 하고 이해가 힘든 부분이 많이 있다. '삼총사'에서도 조금의 모욕만 받아도 목숨을 걸고 결투를 한다던지, 살생을 예사로 여긴다던지, 신분에 따른 대우 등 현대인들이 읽기에는 갸우뚱하는 대목들이 많이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고전을 퍽 사랑하는 나는 오히려 이런 부분 때문에 고전을 사랑한다. 현대인들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 지금으로 보면 맛이 간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내게는 너무 재밌게 느껴진다. '삼총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달타냥,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가 행하는 현대인이 보기에는 미친 행동들이 너무나 재밌었다. 


'삼총사'는 21년 말부터 22년 초까지 읽었는데, 22년도 올해 읽은 책중에는 최고인 거 같다. 물론 올해 읽은 책은 아직 '삼총사' 밖에 없기는 하지만 상당 기간 '삼총사'가 왕좌를 지킬 것이다. 기대보다 훨씬 재밌었던 책이었고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미 친구들에게 '삼총사'의 대목들을 소개하며 추천하는 중이다. 리슐리외 추기경이 악당으로 나오고 버킹엄 공작이 호의적으로 그러져 상당한 역사왜곡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많이들 이야기해서 그 부분도 염두에 두고 봤으나 약간은? 그런 묘사가 있긴 하지만 버킹엄 공작은 여전히 멍청해 보이고 리슐리외 추기경은 악역을 맡고 있음에도 품위가 느껴졌다. 사실 그가 하는 일이 모두 프랑스 국익을 위해서라는 점은 소설에서도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 공작과의 불륜이 들킬까 염려하는 외국 출신 왕비를 돕는 달타냥과 삼총사가 부정적으로 보이냐? 백 마디 말이 무슨 필요일까, 한 번 읽어보시라, 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뒤마는 당시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지금도 이렇게 재밌는데,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겠다. 달타냥과 삼총사의 캐릭터성도 뛰어나다. 한 명 한 명 모두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거 같고 그런 캐릭터성이 모여서 이루는 시너지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려준다. 읽다 보면 정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많이 등장한다. '삼총사'가 왜 그리 오랫동안 사랑을 많이 받았고 2차 창작물로 제작이 되었는지 짐작이 간다. 보고 나면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진다. 사실 '삼총사'에서 제일 유명한 문장이 자주 등장하지도 않고 한번? 정도 등장했던 거 같다. 그럼에도 후대에 걸쳐 인상 깊었다는 것이 그 문장의 힘을 반증하는 거 같다. 그 유명한 문장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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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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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끝난 후 오랜만에 주문하는 책이라서 여러 후보를 두고 퍽 고민을 했다. 11월에 도스토옙스키 생일도 있고 나도 모르게 홍보의 효과를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마는 출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나온 책들을 하나는 읽어보고 싶어 져서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를 주문하였다. 소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분석하는 책이다. 사실 책이라기보다는 저자의 논문들을 묶어놓은 논문집이기 때문에 미리 참고하길 바란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주문하여 퍽 당황스러웠다.

11편의 논문집을 그냥 묶기보다는 조금 일관성 있게 재편집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다. 도스토옙스키 200주년 마케팅에 맞추어 급조한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논문들이 비슷한 주제를 계속해서 다루고 있어 보인다. 이게 주제의 일관성 때문이기도 하고 더하여 중복된 내용이 계속해서 나와서 그런 거 같다. 가독성을 신경 쓰지 않은 논문이기에 읽는 것도 퍽 쉽지 않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은 총 6개로 [지하로부터의 수기] [죽음의 집의 기록]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다룬다. [죽음의 집의 기록]을 제외하고는 모두 읽어본 책들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종교적 관점에서 다루는 논문도 있고 과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논문도 있지만 양자가 딱 구별되는 느낌은 안 든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다만 아쉬운 점은 종교적 관점을 제시할 때는 정교 신학을 바탕으로 퍽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하지만 과학적 관점은 아무래도 노문학자이다 보니 근거가 빈약해 보였다. 아인슈타인과 도스토옙스키의 관계는 흥미를 끌만하지만 논리 전개 방식이 매끄럽지 않았던 거 같고 상대성 이론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엮는 것도 퍽 유쾌하지는 않았다.

[악령]에 대한 깊이 읽기는 이 책에서 얻은 큰 수확으로 [악령]을 읽을 때 이해 못하고 느낀 부분을 이 책을 통해서 이해를 한 거 같다. 스타브 로긴이 3명의 니힐리스트로 발현한다는 해석이나 성화를 조롱하면서 그 의미를 이끌어내는 방식까지 그냥 읽었을 때는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지점들을 잘 짚어주었다. 저자가 퍽 불쾌해하면서 언급하는 측두엽 간질과 종교성의 상관성은 재미나고 관심이 갔다. 측두엽 간질 환자는 발작이 일어날 때 뇌신경 세포의 과도한 전기 방출로 말미암아 모든 것에 신비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저자는 불쾌해하며 부인하지만 내 생각에는 도스토옙스키가 종교적 인간이 된 기저에 간질이 있었을 거 같다. 종교적 인간은 결국 병적 인간인가? 더 나아가서 뇌의 특정 부위의 발달 정도나 병변에 따라 우리의 성향까지 미리 결정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의 파편들이 생겨났다.

[악령]을 다룬 논문의 제목은 권태라는 이름의 악마이다. 권태는 이상의 작품에서 지겹도록 나오는 개념이라 반갑기도 했다. [악령]에서는 권태로부터 나아간 니힐리즘을 최악으로 삼는다. 개인적인 선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음식이 차갑거나 뜨거운 것을 좋아한다. 미지근하면 뱉어버리고 싶다. 도스토옙스키는 [악령]에서 미지근한 것이 신에 대한 최악의 죄악이라고 말한다. 미지근한 뭐가 되어도 좋은 니힐리스트, 종국엔 모든 것이 허용되는 인간이 등장할 것이고 도스토옙스키는 그러한 '인신'을 몹시도 경계한다. 사실 내가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은 범죄로 귀결될 것인가?라는 의문, 능동적 니힐리스트란 결국 낭만주의의 답습일 뿐이고 의지만이 참람하여 모든 것이 날뛰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생각에 퍽 혼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허용됨을 예언한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찾게 되었다.

확실한 답을 찾은 거 같지는 않지만 강생을 강조한 정교 신학을 퍽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점은 좋은 수확이었다. 인간의 신화 못지않게 그리스도의 인화를 강조한 정교 신학을 염두하고 [백치]를 살펴보니 확실히 못 보고 지나친 지점들이 몇몇 있었다. 특히 홀바인의 그림은 [백치]에서 언급이 되어도 직접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직접 찾아보게 되었다. 도스토옙스키가 작가노트에 그 그림에 대해 따로 의견을 표명한 것도 있고 그 그림에 대한 해석이 [백치]의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에 [백치]를 보고 있다가 홀바인의 그림이 언급된다면 꼭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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