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죄와 벌 1~2 - 전2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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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중에서 그 유명함과 대중성으로는 단연 탑을 차지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전체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어서 이번 기회에 읽어보려고 구매를 하게 되었다. 한 절반쯤 읽었을 때 정말 잘 샀다고 생각했다. 가독성과 재미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왜 이 소설이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도스토옙스키의 심리묘사는 특히 부정적인 감정의 묘사, 자기합리화의 과정, 감정의 절정 등 이 사람이 뛰어난 소설가뿐만 아니라 또한 뛰어난 심리학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라스콜니코프, 살인자에 대한 묘사가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 인물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았다. 살인의 배경이 되는 사상, 즉 나폴레옹이라면 대의를 위해 작은 악행쯤은 서슴없이 할 것이다. 로쟈의 이 사상은 읽기 전부터 죄와 벌에 대해 들어봤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었다. 소설 상에서는 이 내용이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전체적인 소설 스토리 상 중반부나 되어서야 등장한다. 로쟈가 쓴 논문의 내용이었는데 예심판사 포르피리로부터 언급이 되며 포르피리가 로쟈에 대해 의심을 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죄와 벌을 제대로 읽기 전에는 어렴풋이 로쟈가 저런 사상을 가졌으니 일종의 광신이 아닐까 어마어마한 확신을 가지고 살인을 저질렀겠다고 하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실상은 영 딴판이었다. 로쟈는 자신도 자신이 살인을 저질러도 괜찮은 나폴레옹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살인을 저지르자마자 알게 되었다. 살인 후에도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렸으며 심각한 병을 앓게 된다. 로쟈 자신도 생각하기를 본인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은 비범한 인물이 아니란 것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로쟈가 결국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살인에 대한 회개라도 하였는가? 에필로그까지도로쟈는 고뇌에 차 있었으며 본인이 잘못한 것이라고는 결국 비범한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지 못하고 자수를 해버린 것, 오직 그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로쟈가 마지막에 구원받는 것은 본인의 깨달음이나 성찰 혹은 반성, 회개와 같은 것이 아니라 오직 소냐로 인해서다. 로쟈가 소냐를 전적으로 사랑하고 소냐가 로쟈를 전적으로 사랑함으로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로쟈는 지긋지긋한 비참과 그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고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이 좀 급작스러운 면모가 있어 죄와 벌의 옥에 티라고 많은 평론가가 이야기한다고 한다. 아마 도스토옙스키가 마무리를 좀 급하게 해야 할 사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 도스토옙스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소냐는 창녀이고 로쟈는 살인자다. 둘 다 사회에서 정한 선을 한참 넘어버린 비참한 자들이다. 소냐와 로쟈는 여러가지로 비교되는 인물들이다. 둘 다 선을 넘어버린 것은 맞지만 소냐는 자신을 최악의 죄인이라 생각하고 어쩔 줄 모르고 로쟈는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며 온갖 궤변을 잘도 늘어놓는다. 그런 로쟈가 결국 소냐의 사랑으로 구원받게 된다는 것, 그러니 비참한 죄인들아 서로 사랑하자는 것 그런 내용을 급하게 마무리하려던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본다.

전형적인 반성, 죄책감, 회심, 새롭게 되는 등의 요소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던 거 같고 더 사실감 있게 읽었던 거 같다. 이 소설에는 소냐가 완전한 인물 즉 그리스도로 표상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로쟈가 소냐에게 살인을 고백하는데 그 이유도 바로 솔직히 대지 않고 서로 다른 이유를 세 가지를 대었다. 궤변일 수도 있지만, 조금씩은 사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마지막 이유가 인상 깊었다. 나 자신을 위해 죽였다.

사랑이 결국 모든 것의 정답일 수 있을까? 사랑이면 다른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순간이 삶에 있어 종종 오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격정이 진리이냐는 의문은 떨칠 수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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