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엄마도 자라고 있어 -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육아, 그 지난한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것들
김정 지음 / 두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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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다수의 미디어에서도 모성애는 당연한 것, 아름다운 것이라고 포장한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 하고, 당연히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만연해있는 일반적인 생각이 아닐까. 하지만 최근 들어 페미니즘이 대두되면서 이러한 모성애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지 엄마도 사람일 뿐인데! 이 책 또한 모성애가 무엇일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한 감정이 담긴 에세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혼란, 자신에 대한 반성과 끊임없는 발전에 대한 욕망 등등을 솔직하고 가감없이 드러내는 책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위 문장이 나오는데, 고통을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한다는 것이 정말 용기있는 일이다. 저자는 혼란스러운 고뇌 끝에 겨우 그러한 고민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러한 점이 멋있었다. 또한 저자의 부모님은 일 때문에 바빠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냈는데, 그러한 것을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며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저자의 강함이 돋보였다. 물론 받아들이기까지는 참 어렵고 고통스러웠겠지만, 결국 이겨냈다는 점이 강하다는 뜻이다! 하여튼 이렇게 저자가 자신의 마음을, 혼란스러움을 어떻게 이겨내고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과정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과 유사해서 더욱 인상 깊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외에 육아를 통해 힘들었던 과정도 잘 서술되어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엄마는 과연 나를 키우면서 어땠을까, 자아 반성을 할 수 있었다. 엄마는 나를 보고 '너 덕분에 산다', '너를 낳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 '키우기 편한 아기였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였을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지만, 나를 낳고 나서부터 엄마의 여자로서의 삶은 거기까지였을 텐데. 이젠 나도 컸으니 엄마의 행복을 물론 밀어주고는 있지만, 동시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픔을 성장의 에너지로 삼아 좀 더 나은 오늘을 살아 내야 힘을.
내 딸이 단맛, 쓴맛을 두루 경험하며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길 바란다.


'행복하게 해줄게' 라는 말이 오만이라는 걸, 나도 최근에서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나조차도 행복하려고 노력중인데 누굴 행복하게 해 줄수 있다는 걸까. 뿐만 아니라 행복이 아닌 다른 감정들 또한 분명 나를 자라게 하는 힘일텐데, 억지로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내 자신이 조금 안쓰럽고 피곤하기까지 했다. 물론 소소한 일상 속 느끼는 행복을 추구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그저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쾌락주의적인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해본 것 뿐.

저자가 육아를 하면서 '나를 잃게 된다'고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패션을 좋아했는데 아이를 키우고 나서는 그냥 후줄근한 티셔츠 한 장. 나는 정말 엄마가 대단하다. 모성애를 강조하는게 아니라,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걸 느꼈다. 몸이 힘들지만 딸과 아들을 사랑하고 예뻐하는 마음 또한 그대로 드러나서, 읽는 내내 흐뭇하기도 했다.

문장이 가벼워서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술술 읽히는 책. 나중에 우리 엄마한테도 읽으라고 해야지^__^

사담이지만 '두두'라는 출판사도 왜인지 가슴 따뜻해진다. 용기를 갖고 내 이야기를 꺼내려는 사람을 응원한다니. 나도 나의 이야기를 언젠간 솔직히 털어놓고, 많은 이들에게 건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따뜻한 출판사도 많아졌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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