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오감
박성윤.김남욱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지난 주 여행을 앞두고  도쿄의 좀 더 특별한 곳을 보고, 알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 이 동경오감이다.

일본은 여행도 자주 다닌데다가, 특히 도쿄에서 산 적이 있어 꽤나 잘 알고 있어서 굳이 책을 살 이유는 없었지만

쿠폰행사와 책소개, 인덱스, 표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받아 여행을 떠난 후부터 그 선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금세 깨달았다.

1. 디자인만 신경 쓴 간략한 지도

-여행 가이드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도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 부분에서 일단 불합격이다.

깔끔하게 단색으로 길과 책에서 소개하는  샵들만 표시된 지도는 분명 보기에는 좋다.

하지만 잘 모르는 장소, 그것도 골목골목에 있는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무성의한 장소(shop) 선정

-이 책의 작가는 도쿄에서 살고 있는 부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쿄의 이곳저곳을 잘 알고 있을 거라 믿고

그런 곳을 소개했을 거라는 믿음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물론 자기들만 아는 좋은 장소도 소개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분명히 있다.

그 전에 가보지도 마셔본 적도 없는 채로 인테리어와 간판만을 보고 선정했다는 맥주집을 비롯해

이미 폐점된 꽤 많은 가게들, 그리고 책에서는 그럴듯하게 소개해 놓고선 막상 작가의 불로그에서는

서비스가 불친절하다고 불평을 해놓은 가게들까지..책의 신뢰도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3. 대상 독자의 모호함

-도쿄의 특별한 곳을 알고 싶어하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낸 책이 맞는지 어리둥절해지는 가게 소개들.

도쿄로 여행을 와서 도자기 그릇이나 가구를 사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 것일까?

있다고 해도 절대 다수가 될 리 없는 그들을 위한 책인지

아니면 이미 도쿄에 살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책인지(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보가 허술하다)

단순히 여행객의 입장으로 책을 고르고 읽은 나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4. 눈에 들어오지 않는 설명

-설명이 길고 많은 것은 친절한 일이지만 10번 20번 정독하는 책이 아닌 여행 가이드라면

우선 눈에 확 들어오는 주제가 보여야 할텐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는 아주 불친절하다.

일련번호와 샵의 이름 다음에 길고 주관적인 감상평을 다 읽어야만 그 샵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면

정보를 주기 위한 책으로는 일단 실격이 아닌가 한다.

적어도 소개 앞부분에 그 가게가 어떤 종류인지..음식점인지 옷가게인지의 여부라도 눈에 띄게

적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독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이 책을 쓴 목적이 정보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들 생활을 내보이고 으시대려함이 아닌지..?
(그런 것이 자랑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신기하지만.. )

 

 

그러나 여행책이 아니라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한다면 특정한 독자에게는 추천한다.

우선 잡지의 문체에 익숙한 사람 - 작가가 잡지 기자 출신이어서인지 쓸데 없는 외래어(ex-힙한 스폿),

번역투 문체, 과도한 수식, 뭔가 있어보이지만 잘 보면 앞뒤가 안맞는 문장에 능숙하다.

다음으로 남의 자랑섞인 일기를 보고 싶은 사람 - 여행과는 하등 관계없는, 기념품과도 전혀 관계없는

남편에게 받은 에르메스 스카프, 타자기 등의 자랑을 비롯해 자신의 쇼핑 목록의 과시가 여기저기 언급되어 있고

심지어는 가마쿠라에 여러번 다녀왔다거나 취로 비자를 갖고 있다는 것과 같은

자랑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까지 구구절절 설명하며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을 비웃고 무시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 - 도쿄에 3년 살았다는 작가(S)는

스스로를 토쿄진(도쿄사람)이라고 칭하며 관광객과 지방사람을 시종일관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하라쥬쿠를 가는 사람, 100엔샵에서 쇼핑하는 사람은 여행객이나 지방인이고

300엔샵에서 잔뜩 사가는 사람은 행색이 초라한 사람이란다.

그리고 다른 가이드 책을 천편일률적이고 겉핥기 정보뿐이며 정식취재도 거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도 책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천편일률적이고 엉터리 정보와 창피한 표지를 가진 책이 여행에는 훨씬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작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전체적으로 책에 깔린 분위기는 정보 전달에는 관심없고 '토쿄진'인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갖고 있는 것의 자랑과 자신의 지적 과시욕을 발산하고 싶은 몸부림이었다.

그런 과시욕은 블로그에 끄적거려서 호응 받을 수는 있겠지만 엄연히 돈을 내고 책을 산 독자로서

불쾌감만 느끼게 할 뿐이었다.

쿠폰과 표지에 속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이상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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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로롱 2007-06-01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 너무 맘에 들었는데.................^__________^ 아니 대만족!!!!
정말 이런 책 기다렸거든요.

근데 위에 글 쓴 분, 이상하게도 동경오감에 대해서만 특별히 악평하고 다니는 분 같네요.
토시하나 안 바꾼 똑같은 리뷰를 여러군데 올린 거 봤거든요.
이것만으로 3번째니까 이제는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요.
뭐, 책은 각각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건 독자 각자가 판단할 것이니까
너무 감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정말 위의 글처럼 나쁜 책이라면 다른 독자들도 구입하지 않을 거니까.
근데 이책 다른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에 올려져 있던데. 크크크크크크크~!

수수 2007-08-1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공감 가는 부분이 있네요.
이 리뷰 쓴 분도 독자니까 나름대로 판단하고 비평할 권리가 있겠죠.

그리고.. 베스트셀러라고 다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거 아시죠? 빨간공책님도?

몽고 2007-09-0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빨간공책님...본인은 좋게 봤듯이 다른 사람은 나쁘게 봤을 수도 있는거죠.
이미 폐점된 가게를 소개하고 작가 블로그엔 서비스가 안좋다는 곳을
책에서는 잘 포장해서 소개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저도 이 책 돈주고 산걸 후회하는데요 뭘.
차라리 배두나 도쿄놀이가 괜찮은 샵 정보 얻기에는 더 좋더군요.

김연지 2007-12-29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리뷰에 어느정도 공감합니다. 특히 300엔샵 내용 중 '행색이 초라한' 이라는 언급은 정말 황당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