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그만, 레이스 장갑! 그림책이 참 좋아 87
유설화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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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시리즈들 만큼이나 귀여운 이야기가 돌아왔다. 이번엔 지저분한 게 싫은 나머지 친구에게 떠맡기는 레이스 장갑의 이야기다. 친구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자 혼자 욕심을 내고 갯벌 안까지 들어갔다 갇히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바다에서 찾은 소중한 보물을 나눠준다. 많은 장갑들이 나와 다섯살 아이에게 어렵진 않을까 했지만 유치원이라고 생각하며 이입하고 보는 것 같았다. 등원하기 전에도 이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할 정도.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강하다는 5~7세에게 친구와 나누는 법, 마음을 쌓아가는 방법들을 알려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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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 2013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 황금사과상 수상작
노인경 글.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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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아버지라는 말이 통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IMF에 직격탄을 맞은 가정이 많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수성가해 꿈에 그리던 내 집 마련을 한지 얼마 안 되어 그 집을 되팔아야 했던 우리 아버지는 IMF 이후 성격이 많이 바뀌셨다. 하루 아침에 사장님에서 구직자가 된 아버지의 삶이 어땠을지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어렸을 적 가부장적이고 엄격했던 아버지는 사업 실패 이후 바뀐 삶에 맞춰 유연한 성격이 되었다. 그쯤 아버지를 만난 사람들은 아버지에게서 사장님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10대 시절 부모를 여읜 아버지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셨다. 그러면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었다. 자식들에게 그런 아버지의 삶은 불행하게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 내가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어보니 아버지의 그 시간들은 얼마나 치열했을까 돌아보게 된다.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아버지의 삶을 이끌었고, 결코 불행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자식은 부모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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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화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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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작가의 소설이 계속 읽고 싶은 이유는 불편한 마음이 쉬이 사그라들지 않기 때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한동안은 이 불편함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소설을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로,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로만 보지 않았다. 그보다 광범위하게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피해를 가하는 것은 정말 가해자뿐인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타인의 이야기에 무심코 돌멩이를 던져본 적이, 과연 우리는 없을까. 내가 사건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는 아닌 걸까.


어디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숨긴 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1차 가해를 가한 가해자가 큰 상처를 냈다면 회복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주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요즘, 우리는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꽤나 노력하며 살아간다. 범죄 행위를 명확히 구분 짓는 과정 속에서도 피해자는 더 차가운 물 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어째서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조차도 의심하게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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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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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과의 사랑이라는 부적절한 소재, 적나라한 성적 묘사들에 불편한 마음이 들어도 그녀가 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토록 소중하기까지 한 것은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살면서 단 한번쯤은 어떠한 형태로든 진정한 사랑을 열망하기 때문이 아닐까.


온 몸의 모든 감각이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경험을 모두가 해보진 못 했을 것이다. 경험해봤다고 한들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는 낯선 세계의 이야기를 글로 옮겨놓았다는 점이 가히 놀랍다.


그녀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 글을 썼고, 난 그 행위를 열렬히 지지한다. 이런 사랑의 형태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분명히 알고 있지만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사랑을 지켜보게 되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날아가버릴, 도저히 복기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열정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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