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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화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강화길 작가의 소설이 계속 읽고 싶은 이유는 불편한 마음이 쉬이 사그라들지 않기 때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한동안은 이 불편함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소설을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로,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로만 보지 않았다. 그보다 광범위하게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피해를
가하는 것은 정말 가해자뿐인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타인의 이야기에 무심코 돌멩이를 던져본 적이, 과연 우리는 없을까. 내가 사건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는
아닌 걸까.
어디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숨긴 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1차 가해를 가한 가해자가 큰 상처를 냈다면 회복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주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요즘, 우리는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꽤나 노력하며 살아간다. 범죄 행위를 명확히 구분 짓는 과정 속에서도 피해자는
더 차가운 물 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어째서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조차도 의심하게 만든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