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
이와사키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사장님이 읽어야 하지만 절대 사지 않을 책!"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가

책을 다 읽고 나니 격하게 공감이 됩니다.

이 책은 일찍 퇴근하고 싶은 직장인이 아니라,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켜도

매출이 오르고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싶은 사장님들이 읽으셔야 될 책입니다.

그런데 사장님들은 훓어 보기도 싫으실만한 제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5시에 퇴근하는데도 10년 연속 매출이 오르는 화이트 기업 (주)랭크업의 대표라고

소개합니다. 'Great place to Work'에서 구글 다음으로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러저러한 일하기 좋은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등등  이런 타이틀들을 보면 보고서 써내느라 고생 꽤나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책을 읽어보니 저자는 일중독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아니 일 중독자였습니다.

퇴근 시간은 늘 막차 시간이었고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깨어 있는 시간은 전부 일에 몰두할만큼

일에 미쳐있었다고 합니다.

취미가 일이라서 데이트도 하고 싶지 않았고, 영화도 보고 싶지 않았으며, 여행도 가고 싶지 않고

늘 경쟁에서 이기는 것, 회사가 성장하는 것만 생각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고 합니다.

심각하지요? 자신만 그렇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늦게까지 일해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고

야근하지 않는 직원은 잉여 인력이라는 잣대로 직원들을 판단해 왔다고 합니다.

보통 늘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으면 뭔가 좀 모자란게 다 용서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업무가 바쁠 때에는 야근이 당연하겠지만, 어느 부서 어느 업무를 맡든지 늘상 야근을 하는데도

무능력하다거나 업무 패턴이 그렇게 여기기 보다 성실한 직원이라는 판단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런 삶에 길들여지기 마련입니다.

조직 문화라는게 쉽게 변하지 않는데다가 선배들도 그렇게 살고 있으니 체념하게 되는거죠.

게다가 일 중독으로 살면서 놀라운 성과까지 얻었다면 이 삶이 옳다고 여기며 막차시간까지 일하는데서

돌이키기가 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어떻게 생각의 전환이 가능했었는지가 참 놀라웠습니다.


저자가 '야근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 순 없을까 고민하다 37살에 창업을 해서 만든 회사가 바로 랭크업입니다.
야근을 없앤 3가지 비결과 7가지 업무 혁신 제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결1. 내가 정말 갖고 싶은 물건만 만들고 판다

비결2. 소비자의 언어로 제품을 홍보한다

비결3. 친절하고 공손한 서비스를 한다.

근무제도 혁신1. 전 직원이 철저히 정시 퇴근한다.

근무제도 혁신2.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한다.

근무제도 혁신3. 아웃소싱 활동으로 '생각하는' 일에 집중한다.

근무제도 혁신4. 일상적인 업무는 시스템화

근무제도 혁신5. 사무직 폐지

근무제도 혁신6. 업무 속도를 높이는 6가지 규칙

근무제도 혁신7. 사장님,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


이 책은 막차시간까지 일하던 일중독자 직장인이 야근 없이도 10년 연속 흑자에 매출 상승이

가능한 기업의 사장이 되기까지를 보여주는 성장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좋은 회사를 만들었는데 왜 직원들은 고마워하지 않는걸까?'

3장에서는 5시 퇴근만으로 직원들은 행복해 지지 않는다는 값비싼 경험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야근은 없는데 '보람'도 없다니 얼마나 힘이 빠지고 허탄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5시 퇴근보다 최고의 복리후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란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야 진심을 다해 움직인다는 사실,

그래서 '공감과 공유'가 먼저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공동의 목표'가 유의미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책의 본문 중에 저자가 직원들에게 회사의 가치관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작은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가치관을 '도전'으로 정했습니다.라고 하자

'앗? 우리 회사가 벤처기업이었어?'라고 반응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정말 웃지 못할 헤프닝 같은

이런 일들이 40여명 남짓 되는 규모에서 일어난다면 보다 큰 규모의 회사들에서는 얼마나

소통이 부족하고 단절된 상황에서 이라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장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직원들을 춤추게 하거나 노래 부르게 할수는 없지만

직원들이 행복해지면 알아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회사란 곳은 사장만 열심히 일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직원들도 사장과 마찬가지로, 혹은 사장보다 더 회사를 생각하는 사람들임을 이기에

직원의 목소리를 현장의 목소리이자 고객의 목소리로 듣고 경청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이한 점은 맨 마지막 부분의 '옮긴이의 말'이었습니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잘 요약해 주면서 이 땅에 진정으로 5시에 퇴근하는 회사가 많아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적고 있습니다.

또한 출판사에 대한 짧은 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양북스는 '책을 읽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른다'는 이념을 갖고 있는 출판사라고 합니다.

얇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묵직하게 들어찬 알찬 내용들이 손바닥과 손등의 관계와 같은

사장과 직원으로서의 입장 차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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