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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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덕후의 삽질 여행

<웰컴 투 삽질 여행> 저자 서지선은 지리덕후다. 지도 위를 직접 걷기 시작하면서 이십 대 후반 전 세계 24개국 100여 개가 넘는 도시를 여행했다.

일정이 촘촘하게 짜인 패키지여행이라도 삽질은 있다.

아무리 계획적인 그대라도, 여행은 좌충우돌,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아무리 계획해 봤자 삽질을 피할 수 없다.

그녀에게 완전무결한 완벽한 여행 따윈 없다.

원래 여행은 삽질의 연속인 법.

삽질의 연속, 여행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혼행이 좋을까, 함께하는 여행이 좋을까?

이건 난제다.

함께하는 여행을 선호하지만 3일 이상 함께 다니고 싶지는 않다.

같이 노는 것만큼이나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같이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면 필연적으로 한 번씩 싸우게 되는데, 이 싸한- 분위기 참 적응하기 어렵다.

즐겁고 행복하려고 하는 여행인데, 안 싸우기 참 어렵다.

외국에 나가면 셀 수 없을 정도 많은 인종차별을 당한다. 여행을 나가서도 그럴진대 이민자들의 삶은 하물며 어떠하겠는가.

원래 피해자의 입장, 소수자의 입장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이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피해를 보지 않는 입장에선 머릿속이 꽃밭인 거다. 왜냐면 다수가 보는 세상은 평등하고 찬란한 세상일 테니까.
p166

나는 아직도 가끔 여행이 무섭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너무 많이 걱정해야 한다.
p174

언어를 안다는 것.

외국어를 알면 그 나라를 더 흥미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건 매우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그 나라의 실체를 더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외국어를 공부하며 파라다이스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딜 가나 다, 사람 사는 곳이다.
외국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좋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알면 알수록 좋은 점만큼이나 나쁜 점도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뭐든 돈이 있으면 편하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나의 20대도 돈이 없었다.

늘 돈은 아껴야 하는 것이었고, 돈이 없어 전전긍긍했다.

20대 때는 그게 궁상이 아니라 낭만이었는데, 30대가 되니까 궁상이 되더라.

저자는 이십 대 여성이다.

처음 책을 펼칠 때만 해도 단순한 여행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도 아니면, 그저 다양한 삽질(?) 에피소드를 풀어놓은 여행기 정도로만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물론 이 책은 여행기도 맞고, 삽질 여행기도 맞다.

하지만, 때로는 동물 학대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고, 캣 콜링에 대한 생각도 담겨 있다.

인종차별, 외국인 차별에 분노하는 모습도 담겨있다.

삽질 여행기라기보다는 삽질 '인생기'에 가깝다.

나는 수많은 여행 에피소드보다, 중간중간 담겨 있는 저자의 생각과 경험이 더 많이 와닿았다.

많은 여행 에세이에서 '배낭여행' '나 홀로 여행'을 찬양한다.

은연중에 그것이 더 쿨하고 멋진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혼자 하는 여행도 좋아하지만, 패키지여행도 그에 못지않게 좋아하고 자주 다닌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혼자 하는 여행은 좋지만, 외롭다.

일일이 계획을 세우면서 다니는 것도 골 아프고 피곤하다.

이십 대 불타는 청춘이 아니라 오래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체력이 달린다.

버스에서 밤새 덜컹거리며 가는 것보단 가능하다면 비행기를 타고 싶다.

그런 내게, 혼자서 온갖 곳을 배낭 하나 덜렁 매고 다니는 여행 에피소드는 '나의 여행'은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이 책을 읽고 나 홀로 여행도, 패키지여행도, 모두 나의 선택이며, 내가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삽질로만 책 한 권 분량이 나온다고?"
"응. 나오더라."
"와, 너 이정도면 파괴왕 아니냐?"
p260

파괴 왕의 삽질 여행기, 재밌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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