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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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파도를 타는 소녀

 

제발 내말을 들어주세요는 한 순간의 실수로 마을 안에서 가십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디에나 램버트라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디에나는 오빠 대런과 자동차안에 있었던 순간을 아빠에게 발각되고 그 이야기가 마을에 퍼지게 되면서 사람들의 눈총을 사게된다. 디에나라는 인간의 본질을 보지 않고 그저 소문의 내용으로서 판단하고 자신들의 즐거움과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디에나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고 재생산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최근 사회이슈가 되었던 악플로 인해 자살한 연예인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악플러들은 흥밋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 소문을 증식시키고 피해자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즐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나게 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소문이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소문의 대상인 사람에 대한 은밀한 내면을 보는 것 같아 끊임없이 그것을 추구하게 되고 탐구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디에나 역시 이러한 사람들의 비틀린 호기심 속에서 힘든 생활을 이어간다. 주위 사람들은 디에나가 남자를 좋아하는 헤픈 여자로 무시하고 경멸한다. 그러나 디에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였기 보다는 단지 자신이 어딘가에 소속되길 원하는 약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해고된 뒤로 집에서는 자신이 있을 곳이 없어졌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본 토미에게 무조건적인 집착이 생겨난 것이다. 토미와 함께 있음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소속감을 느낌으로서 안정감을 되찾으려 했던 것이다. 다만 토미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녀에게 접근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비틀린 관계는 아버지에게 발각됨으로서 끝나게 된다. 이 후로 디에나는 사람들은 물론 오빠를 제외한 가족들에게 상당한 상처를 받게 된다. 자신을 제대로 보아주지 않고 그저 헤프고 말썽만 일으키는 문제아로 바라보는 시선에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파도를 타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하면 내면으로 침체한다. 몇 년이 지나도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토미와의 만남, 친구들과의 갈등을 겪게 되면서 디에나는 상처로부터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성장을 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소속되길 원하면서도 마음속 경계선을 넘지 못했던 주인공이지만 어느 순간 상처를 치유하고 좀 더 밝은 세계로 나아가길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다른 이와 관계를 진실하게 유지해야함을 깨닫게 된다. 진실한 관계를 원한다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소설 속에서 디에나는 자신과 관계된 사람은 자신을 진정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필사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한다. 하지만 관계를 일방적인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서로가 제대로 바라보며 이해할 때 유지되며 돈독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디에나가 그들과의 문제를 제대로 직면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기 때문에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게 된 것이라 본다.

이 소설은 사람들의 경멸적인 시선 속에 절망하는 한 소녀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지 천천히 보여준다. 디에나의 관점에서 때로는 절망하고 혼란스러워 하면서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았을 때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디에나는 이제 진정한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다. 설사 마을사람들이 여전히 그녀를 오해한다고 해도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길을 나아갈 수 있으리라 본다. 도망치지 않고 리와 화해하기 위해 학교로 가던 디에나의 마지막 장면은 앞으로의 삶을 암시 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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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1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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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관의 피는 미스터리를 표방한 경찰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런 경찰들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보여주는 가족소설으로도 볼 수 있다. 이들 안조집안의 세이지, 다미오, 가즈야, 이들 3대에 걸쳐서 2건의 의문사와 할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파헤치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미스터리가 주를 이루기보다는 경찰들의 세세한 상황들을 설명하면서 일본경찰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이 소설은 미스터리소설이기는 하나 그것이 주를 이루지는 않는다. 보통 추리소설이라 하면 연쇄살인이나 의문사와 같은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보통이나 경관의 피에서는 사건을 추적하기보다는 경찰관으로서의 임무를 맡다가 끝부분에 가서야 선대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우연히 찾게 되면서 사건을 추적한다. CSI와 같은 과학수사가 아닌 오로지 당시 사람들의 증언과 얼마 없는 증거품들로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겪게 한다. 특히 세이지와 다미오 시대의 사건수사방법은 지금으로선 볼수 없는 방법으로서 오로지 탐문의 역할이 커서 경관으로서 어떻게 증인들로부터 진실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부각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지금도 그러하듯이 노숙자나 부랑자들의 죽음은 유야무야 처리되는걸 보면서 시대가 아무리 발전하여도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죽은 사람이 공원에 사는 남창이 아니었다면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렇다면 세이지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이들 집안의 삶이 좀 더 평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흔히 있는 일이라 치부하고 공안의 압력과 바쁜시대상황 때문에 경찰청은 수사본부를 해산한 뒤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로지 세이지만이 자신의 책임을 실감하며 조사를 착수한다. 주인공들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좋아하는 탐정이 아니다. 수많은 경관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안조세이지는 주재소의 경관으로서 자신이 관할하는 구역에 의문사가 발생하여 그 사건을 추적한 것뿐이었으며 심지어 다미오는 공안경관으로서 노동조합에 잠입수사를 펼치기도 한다. 작가는 일본경관들의 모습을 무척이나 사실적이게 그려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구조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정속에서의 아버지의 모습과 사회 속에서 경찰로서의 아버지의 모습 등을 동시에 그려 그들의 고뇌와 망설임, 후회 등을 자세하게 서술하였다. 비록 세이지는 다미오가 어렸을 때 죽었지만 그의 훌륭한 경관으로서의 자세는 다미오의 마음에 각인되어 무척이나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어쩌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죽었게 때문에 그의 모습을 미화하여 자기 마음대로 아버지를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경관으로서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은 아버지를 위해 다미오는 그의 죽음을 파헤친다가 놀라운 결과를 알게 되고 결국 그 또한 납치사건에서 아이를 구해다 순직하게 된다. 소설은 이 3건의 의문사를 알듯알듯하게 서술한다. 무엇인가 실마리를 주다가 싶다가도 주인공은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사건은 암흑 속에 가라앉았다가 다음세대에게 넘어가는 패턴을 보인다. 이러한 3부작 구성은 앞장에서 그냥 지나쳤던 인물들이 뒤에서는 중요인물로 부각되는 등 소설을 집중하게 하는데 한층 힘을 실었다. 때문에 독자들은 앞부분의 의미 없이 지나쳤던 인물들이 후반에는 중요인물로 부각되거나 스쳐지나가버린 말들이 결정적 단서가 될 수가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된다.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다미오와 가즈야의 관계였다. 다미오는 공안경관시절 계속된 잠입수사로 불안한 신경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보통경찰로 복귀하게 되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때문에 알코올중독과 더불어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상태에 빠지게 돼버렸다. 가즈야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광폭함에 놀라 그를 진심으로 증오하였고 부자사이의 관계에 골이 생겼다. 다미오가 아무리 다가서려해도 상처받은 마음을 쉽게 풀지 못하였는데 이는 다미오가 주재소의 경관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서서히 회복한다. 예전에는 주정뱅이에 폭력적인 아버지였지만 점차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자 가즈야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다시 보게 된다. 다미오는 세이지를 훌륭한 아버지로서 생각한 반면 가즈야는 어린 시절의 아픔으로 인해 나중에서야 아버지를 인정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어린 시절 아버지의 행동에 따라 부모를 어찌 생각하게 되는지 아이들은 후에 어떻게 크게 되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매력적이면서도 뛰어난 추리력을 지닌 탐정이 아닌 그저 다른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경찰들처럼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보통의 경관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며 시민을 보호하거나 사건을 처리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의 경찰모습을 나타낸다. 이 책은 추리가 별로 나오지 않았음에도 단숨에 읽어내려갈정도로 흡인력 있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가슴에 무척 와 닿아서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다. 아버지의 뒷모습을 아이들은 항상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당당하고 자부심있는 길을 걸어가야 함을 새삼스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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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1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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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이 주신 선물


보통 판타지소설하면 으레 생각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드워프나 드래곤과 같은 이종족, 검으로 싸우는 기사와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 강력한 신분제도등 현대사회와는 동떨어진 상상속의 양상들이다. 특히 마법이란 아이템은 독자로 하여금 환상적인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소재인데 그래서인지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게 된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소설인 해리포터에서도 마법학교가 존재한다는 설정에서 시작되는걸 보면 마법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대단한 것 같다. 때문에 판타지 하면 바로 마법이 생각날 정도로 대중화 되었는데 이를 기프트에서는 마법과 비슷한 ‘능력’ 또는 ‘선물’이라 표현하며 그들의 힘을 표현하였다. 다만 그 힘은 강력한 자들과 약한자들로 나뉘어졌고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하였다. 보통소설에서 이러한 평범한 사람과 구분되는 능력을 지닌 자들은 그 힘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등 자신의 욕망에 사용하거나 사회정의를 위해 사용하였다. 그러나 기프트에서는 그들의 능력을 꼭 필요한 곳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았던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필요하지 않는 곳에 무분별하게 힘을 사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며 능력을 보여준 뒤 반드시 선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칙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임과 같이 시각적인 화려함은 없지만 단지 보고 손을 뻗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몸을 구부린다던가, 병에 걸리게 하는 능력은 사실적인 감각으로 다가왔다.


기프트는 판타지소설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오웬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파괴하고 되돌리는 능력을 가져 그것에 괴로워하고 두려워하다가 어느 순간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한층 더 성장하여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신이 내리신 재능이라 불릴 수 있는 ‘능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것이 당사자에게 괴로움의 원천이 될 수도 다른 것을 보여주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후반에 가면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나오는데 이것은 전혀 생각지 않았던 부분이라서 더욱 놀라웠다. 오웬의 진정한 능력은 파괴하는 것이 아닌 시를 짓고 그것을 읊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오웬의 여자친구 그로이였는데 그녀가 오웬에게 했던 말이 인상 깊었다. 자신들의 능력은 바로 쓰느냐 되돌려 쓰느냐에 따라 능력이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인간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며 본래에는 이로운 능력이 현재는 서로를 적대하고 두려워하게 만들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능력 그 자체에는 선악의 구분을 지을 수 없지만 사용하는 인간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위협이 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 아닐까싶다.

또한 소설에서 특이했던 점은 고원지대와 저지대의 사람을 나뉘어 높은 곳에 사는 자일수록 강한 능력을 지니고 저지대의 사람은 평범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규정지은 작가의 상상력이었다. 저지대의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의 세상에 적응하여 고원지대의 특수한 사람들을 주술사이며 그들은 이미 전설의 존재들로서 자신들과 동떨어진 사람으로 치부하고 고원지대사람들은 저지대를 능력도 없는 존재로 취급하면서도 그들의 발전된 사회를 부러워하며 지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풍토속에서 오웬의 아버지 카논이 저지대의 사람인 멜과 결혼한 것은 그들의 반목이 화합할 수도 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현재 판타지시장은 수요자의 요구가 다른 장르보다 많아 공급이 활발한 편이다. 그것은 세계 각지에서 판타지소설이 출판하고 그것을 영화하하는 마케팅전략이 잘 실행된것때문일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현실에서 볼 수 없고 실행될 수 없는 ‘상상’을 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판타지소설계 역시 서점에 들어가면 절반을 넘게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우리 판타지소설은 일명 양산형이라 불릴 만큼 한 가지 유형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곧바로 만들어져 유사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태이다. 물론 그러한 가운데도 훌륭한 작가분들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작품들이 출판되기도 하나 소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가운데 이처럼 신선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나게 되어 큰 기쁨이었다. 특히 주인공의 성장이 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천천히 독자로 하여금 이해가 가게 진행이 되어서 나이가 어린 청소년들에게도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자신의 재능에 고민하고 미래에 대해 불안한 청소년들은 물론 전 연령층이 읽어도 가슴 따뜻한 감동을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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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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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가사 크리스티나 앨러리 퀸과 같은 서양미스터리문학을 좋아한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의 긴장감과 재미는 다른 소설을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샘솟는 것 같다. 때문에 과연 범인이 누구이며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한지 궁금하여 다음날 학교를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은 적도 많이 있을 정도다. 일본역시 추리문학이 잘 발달하였는데 드라마나 만화, 소설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해마다 추리문학이 쏟아져 나온다. 일본은 동양적 분위기가 많이 나타나는 소설들이 많은데 이 키리고에 저택살인사건역시 특유의 일본분위기가 나타난다.

약간은 폐쇄적이라 할 수 있는 묘한 분위기가 책 전반을 휘감고 있는데 이는 독자가 책을 읽을 때 자신이 그 저택에 갇힌것 같은 상황을 쉽게 연상하게 만든다. 키리고에저택살인사건은 표지에서부터 저택의 음산한 분위기가 풍긴다. 황혼빛 노을을 배경으로한 저택에 마치 그 저택을 감싸 안는 모습의 그림자가 책의 내용을 암시하듯 불길하고 음울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키리고에저택은 일본문학과 미술 등의 문화를 아우르며 책 전체의 배경에 고요히 스며들게 하였다. 다만 이러한 특유의 일본문학은 그 나라사람들에게는 쉽게 이해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운 요소로 작용될 때가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신비함을 느낄 수도 있으나 추리문학과 같은 장르에서는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린도의 시선에 따라 전개되는 내용은 조용히 저택의 모습을 관찰하며 눈보라 속에 갇힌 상황을 때로는 속도감 있게 또는 눈앞에 그림을 그리듯이 서서히 진행되었다. 연극이 진행되는 것처럼 1막이 오를 때마다 사람들은 기이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남은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지낸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죽은 이들이 비유하는 상징이었다. 키타하라 하쿠슈의 동요 ‘비’를 암시하는 상황들과 이에 의문을 품으며 범인이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지 추적하는 단장과 주인공. 작가는 중간 중간에 암시를 나타내어 후반에서는 이것들이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지 알게 한다. 또한 다른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일종의 호러적인, 어둡고 음산하며 불길한 저택의 모습을 찬찬히 비추면서 일종의 스릴러적인 요소를 보인다. 때문에 독자들은 범인이 누군지를 추리하면서 동시에 저택의 기이한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며 읽게 된다. 또한 곳곳에 삽입된 삽화는 저택의 단면을 보여주어 독자로 하여금 글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준주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미스터리라 할 수 있는 밀실살인. 이는 출입이 제한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들 중 한명씩 죽어가는 연쇄살인이 일어나자 한사람이 나서서 범인을 밝히는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패턴이라 할 수 있다. 우리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인 소년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과 같은 일본만화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러한 밀실살인은 점점 예전의 모습에서 새롭고 기발한 살해방식과 그에 따른 반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패턴이 유명한 것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가장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키리고에저택살인사건은 이처럼 고전 미스터리의 공식을 따라가고 있다. 눈보라치는 저택에서 머물게 된 ‘암색텐트’의 극단원들과 이상할 만큼 조용한 저택사람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연속죽음 등 우리가 흔히 보아온 밀실살인의 요소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고전적요소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좋기는 하지만 동시에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는데 이 책에서는 약간의 호러적인 요소를 가미해 독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 마치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듯 움직이는 저택의 모습은 어두운 느낌을 주어 그 긴장감은 배가된다.

인터넷을 뒤지다 우스갯소리로 김전일과 코난과 같은 인물과 만나게 된다면 바로 도망치는 길이 살길이라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그 말대로 추리문학에서는 어떤 사연이 있는 인물이 속해있는 무리는 반드시 특정한 장소에 고립되며 죄를 짓거나 살해될 이유를 가진 이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정말 확률만 잘해도 범인을 지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제 이런 밀실살인을 넘어선 새로운 모습의 추리문학을 볼 수 있었음 한다. 밀실살인과 같은 특정한 공식이 사람들로 하여금 긴장감과 재미 느끼게 만들지만 이제는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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